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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억눌린 압력 한 번에 폭발...튀르키예 강진, 피해 큰 이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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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억눌린 압력 한 번에 폭발...튀르키예 강진, 피해 큰 이유 있었다

입력
2023.02.07 20:00
수정
2023.02.07 23: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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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관점에서 짚어본 초대형 피해 유발 원인]
진원 깊이 낮아 충돌 고스란히 전파... 단층선 따라 파괴
'예고된 재난'인데 대비는 미흡... "연쇄 대지진도 우려"


6일 튀르키예의 말라타 지역의 지진 피해 현장에서 한 구조대원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혀 있던 아이를 구하고 있다. 말라타=AP 연합뉴스

6일 튀르키예의 말라타 지역의 지진 피해 현장에서 한 구조대원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혀 있던 아이를 구하고 있다. 말라타=AP 연합뉴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6일(현지시간) 강타한 지진의 피해 규모는 하루가 지난 7일에도 대략적인 추산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크다. 특히 희생자는 시시각각 늘어나고 있다. 과학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이번 지진이 유독 치명적이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천문학적 피해의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다. 우선 ①아나톨리아판과 아라비아판이 맞물린 지점에서 ②오랜 시간 쌓인 에너지가 ③지표와 가까운 곳에서 폭발했다는 점이 꼽힌다. ④지반이 무른 탓에 충격을 막을 수 없기도 했다.

사회공학적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⑤지진 발생 지점에는 주거 공간이 밀집해 있었는데 ⑥건물들엔 내진 설계조차 돼 있지 않았다. 게다가 ⑦새벽 4시에 지진이 일어나 잠든 주민들이 대피하기 어려웠던 점 등도 피해를 눈덩이처럼 키웠다.


튀르키예·시리아 강타 지진, 왜 피해가 컸나. 강준구 기자

튀르키예·시리아 강타 지진, 왜 피해가 컸나. 강준구 기자


오랜 시간 누적된 에너지... 지표로 고스란히 전달

규모 7.8의 지진이 덮친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 카라만마라슈주(州)는 아나톨리아판과 아라비아판이 교차하는 곳에 위치한다. 아나톨리아판은 동쪽에 맞붙은 아라비아판에 밀려 매년 서쪽으로 약 1㎝씩 이동하고 있었지만, 두 판이 맞붙는 힘이 거의 비슷해 강진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다 아라비아판이 아나톨리아판을 세게 밀어내면서, 아나톨리아판 동쪽을 따라 최소 100㎞에 걸쳐 지각이 움직였다. 오랜 기간 모였던 힘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라 폭발력은 컸다. 스티븐 힉스 런던칼리지대 지진학 박사는 "1900년대 이후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없었다"며 "이 지역에 억눌려 있던 압력이 터진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과학계에서는 "규모 7의 지진은 히로시마 원자폭탄 32개와 맞먹는 에너지를 갖는다" "이번 지진이 방출한 에너지는 미국 뉴욕시 전체에 나흘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 등의 설명도 나오고 있다.

진원이 얕았던 탓도 있다. 진원은 최초로 지진파가 발생한 지점을 뜻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첫 지진의 진원 깊이를 18㎞ 정도라고 밝혔다. 이후 진원들도 10~20㎞대 깊이에서 감지됐다. 진원 깊이가 얕으면 충격이 흩어지지 않고 지표를 강타한다. 같은 강도의 지진이라도 진원이 얕을 때 지면 위 물체가 더 심하게 흔들린다.

카라만마라슈 지반이 충적토로 이뤄진 점도 충격을 키운 원인으로 거론된다. 충적토는 하천이나 바람의 영향으로 운반돼 쌓인 토양으로, 강도가 단단하지 않고 무르다. 따라서 외부 충격을 분산시키기 어렵다. 튀르키예 지질공학연구소는 2021년 3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카라만마라슈의 대지진을 예고하며 "충적토에 의해 충격이 증폭될 것이므로, 바위 위에 위치한 도시보다 더 심하게 흔들릴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7일 튀르키예 하타이에서 시민들이 전날 발생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앞에 서 있다. 하타이=로이터 연합뉴스

7일 튀르키예 하타이에서 시민들이 전날 발생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앞에 서 있다. 하타이=로이터 연합뉴스


"2년 전 보고서로 경고... 대처 없었다" 비판도

지리적 조건을 감안하면 강진은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비는 없었고 재앙이 찾아왔다. 카라만마라슈 지역엔 외부 충격에 무너지기 쉬운 콘크리트·벽돌로 이뤄진 건물이 많다. 후세인 알란 지질공학연구소 회장은 "활성 단층선 위에 마을 40곳, 댐 등 주요 시설이 위치하고 있어 지진 발생 시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2년 전 경고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문제는 일회성 지진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규모 7 이상의 강력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알렉산드라 하템 USGS 연구원은 "2020년 발생한 지진으로 동아나톨리아 단층 상당 부분이 이미 파열된 상태였다"며 "연쇄 대지진이 발생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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