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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소심한 저항... "당장 짐 빼라" 요구에 "두 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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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의 소심한 저항... "당장 짐 빼라" 요구에 "두 달만"

입력
2023.02.02 17:00
수정
2023.02.0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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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장관, 김만기 국방정책실장에
"인수위 있는 동기 통해 알아봐라"

2022년 1월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이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긴급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2022년 1월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이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긴급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지난해 3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당시 ‘1주일 안에 짐을 빼라’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보에 국방부가 소심하게 저항했지만 무위로 끝난 것으로 드러났다. “두 달 정도 말미를 달라”는 국방부 요구가 무산되자 서욱 장관이 육군 예비역 소장인 국방정책실장에게 “인수위에 있는 동기를 통해 잘 이야기해 보라”고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묵살당했다. 정권 교체기 국방부의 정치적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내용은 3일 출간될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저서 ‘권력과 안보’(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에 담겼다. 이 책은 부 전 대변인이 재임 500일 동안 쓴 일기를 주제별로 구성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8일 서 장관과 국방부 고위당국자들이 함께하는 오전 간담회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를 다뤘다. 한 참석자가 “화요일(3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예비비가 의결될 경우, 일요일까지 국방부 1~3층을 비워달라”는 인수위의 요청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논란이 큰 사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당시 국방부는 인수위에 “연쇄 이동에는 시간이 필요하니 두 달 정도 말미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인수위에서 근무하는 김모 예비역 장성이 “그럼 이전 안 하겠다는 거냐”며 짜증과 강압이 뒤섞인 목소리로 응답했다고 한다.

2022년 3월 19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이전 후보지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를 방문해 청사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옆에서 윤 당선인을 수행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2022년 3월 19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이전 후보지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를 방문해 청사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옆에서 윤 당선인을 수행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이에 서 장관은 김만기 국방정책실장에게 특별 지시를 내렸다. “김 실장이 김 장군과 동기 아니냐”며 “잘 이야기해 보라”고 주문했다. 김 실장은 그 자리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만 그 이후 별다른 피드백을 듣지 못했다는 게 부 전 대변인의 설명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부 전 대변인이 저서에 인수위의 김모 예비역 장성을 ‘김종철인지, 김동철인지 예비역 장군’으로 표현한 점을 미뤄볼 때 김종철 현 대통령 경호처 차장으로 추정된다. 육군사관학교 44기인 김 차장은 43기인 김 전 실장과 기수가 비슷하다. 서 전 장관은 육사 41기로 이들보다 선배다.

3일 출간 예정인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저서 '권력과 안보' 표지

3일 출간 예정인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저서 '권력과 안보' 표지

서 전 장관은 지난해 3월 19일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용산 국방부 청사에 현장 답사를 온 윤 대통령을 직접 수행했다. 당시 갑작스런 국방부 이전 결정에도 아무 저항도 하지 않는 군 수뇌부에 대한 시선이 싸늘할 때였다. 그러나 이틀 뒤인 21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의 갑작스런 이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국방부 이전 계획에 제동을 걸자 서 전 장관도 이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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