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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말 산업' 피해 13조…"온라인 마권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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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말 산업' 피해 13조…"온라인 마권 검토해야"

입력
2023.01.19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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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매출 늘 때 한국은 85% 급감
경마, 매년 세수 1.5조 확보 효자
장관 "도입 공감"...사행성 극복 과제

코로나19가 발생한 다음 해인 2021년 2월 한 경마장에서 무관중 경기가 열리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코로나19가 발생한 다음 해인 2021년 2월 한 경마장에서 무관중 경기가 열리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세 살 전에 경마장에 못 들어가면 경주마로 뛸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반값에 팔았죠.”

제주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봤다. 코로나19로 경마 경기가 취소되자 경주마를 사서 경마에 참여하는 마주들의 말 구매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그는 “4,000만 원 받을 수 있는 말을 2,000만 원에 울며 겨자 먹기로 내놔야 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박씨 상황은 나은 편이다. 세 살이 되도록 말이 팔리지 않아 기존 가격의 20% 정도만 받고 승마장 등으로 보낸 목장도 많다.

2018년 신규 마주로 등록한 김모씨는 2020년에만 4억1,000만 원의 손해를 봤다. 경주마 5두 구입비용과 관리비로 4억8,000만 원을 썼으나, 경마 경기가 대부분 중단되면서 연수입은 6,900만 원에 그쳤다. 민근일 서울마주협회 사무국장은 “이런 사태가 한 번 더 반복되면 말 산업이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마 경기가 멈춘 2년간 약 13조 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 산업 종사자 피해뿐 아니라, 매년 1조5,000억 원의 관련 세수 역시 2,000억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연간 3조 원 안팎, 일자리 2만여 개의 말 산업 발전을 위해선 온라인 마권 발매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말 산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3월부터 경마 경기가 대부분 중단된 이듬해 10월까지 발생한 경마 매출 손실액은 12조6,000억 원이다. 2020년만 따져도 총매출액(1조890억 원)이 전년보다 85% 급감했다. 코로나19로 고사 위기까지 내몰린 국내 말 산업과 달리, 일본은 같은 기간 오히려 매출이 2.8% 늘었다. 홍콩도 2019~2020년 시즌 매출액이 역대 3위를 찍었다.

업계에선 온라인 마권 발매가 이 같은 차이를 불러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과 홍콩은 2002년에 온라인 마권 발매를 도입했다. 국제경마연맹(IFHA) 60개 회원국 중 중동 4개국 등 일부 국가를 뺀 대다수 국가도 온라인 마권 발매를 운영 중이다. 특히 마권 매출 상위 10위권 국가 중 온라인 발매를 시행하지 않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 경마 경기를 두고 이뤄지는 불법 온라인 경마 사이트 캡처. 한국마사회 제공

일본 경마 경기를 두고 이뤄지는 불법 온라인 경마 사이트 캡처. 한국마사회 제공

온라인 마권 발매는 경마장이나 장외 발매소 방문이 곤란한 이용자가 실명 인증을 통해 영업장 이외 장소에서 마권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오권실 경주마생산자협회 사무국장은 “이미 국내 다른 사행산업도 온라인 발매를 하고 있다”며 “온라인 마권은 불법 경마 수요도 흡수해 건전한 여가 문화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경마 규모는 7조 원 안팎으로, 합법 경마 매출액의 약 94%에 달한다. 현재 국내에서 허용된 7종 사행산업(카지노·경마·경륜·경정·복권·체육진흥투표권·소싸움) 중 경륜·경정·복권·체육진흥투표권만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온라인 마권 발매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비대면·4차 산업시대에 맞게 온라인 경마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사행성 조장 논란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현재 한국마사회 등은 온라인 매출 총량을 설정해 발매 한도를 관리하고, 경륜·경정처럼 경주당 구매 한도를 5만 원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영업장을 방문해 대면 가입 후 온라인 마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검토하고 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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