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서 추락한 예티항공 여객기 부기장
남편도 파일럿... 2006년 추락사고로 숨져
파일럿 남편이 비행기 사고로 숨진 후 아내는 조종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운명은 더없이 잔인했다. 베테랑 파일럿이 된 아내마저 여객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17년 만이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네팔 포카라 공항 인근에서 72명을 태운 채 추락한 예티항공 ATR-72 여객기의 부기장 안주 키티와다(44) 얘기다. 못다 이룬 남편의 꿈을 잇고자 했지만 똑같은 운명을 마주하고 말았다.
17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키티와다의 남편 디팍 보크렐도 예티항공 조종사였다. 보크렐은 2006년 6월 세상을 떠났다. 네팔 카말리주(州) 공항에서 그가 몰던 캐나다제 소형 프로펠러 여객기 '트윈 오터'가 착륙 중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키티와다는 당시 간호사였다. 파일럿이 되기로 결심한 그는 가족의 반대를 꺾고 미국에서 수년간 비행 훈련을 받았다. 남편의 사망 보험금으로 훈련 비용을 댔다. 딸은 가족의 도움으로 키웠다. 2010년 예티항공에 입사했고, 6,396시간 비행 기록을 가진 베테랑 조종사가 됐다.
키티와다는 15일 수도 카트만두에서 휴양도시인 포카라까지 이어지는 관광 코스 비행에 나선 참이었다. 경험이 풍부한 카말 K.C.(58) 기장이 조종간을 잡고 있었다. 포카라 공항 활주로를 코앞에 둔 비행기는 갑자기 좌우로 뒤뚱거리다 곤두박질쳤다. 키티와다의 시신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생존 확률은 희박하다.
이번 사고로 한국인 2명을 포함해 최소 69명이 사망했다. 네팔에서 벌어진 30년 만의 최악의 항공 참사다. 네팔에선 크고 작은 항공기 사고가 잦았다. 2000년 이후 비행기나 헬리콥터 추락으로 약 350명이 사망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히말라야산맥이 지나는 험준한 지형, 예측할 수 없는 날씨, 낡은 항공기, 뒤처진 정비·관제 기술 등이 겹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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