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본부 안에 '약?독물법의검사실' 신설
국과수에 의존했던 독성검사 자체 실시
동물판 국과수 '수의법의학센터'도 추진
약물이나 독극물로 학대를 당하다 숨진 동물 사체를 부검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가려낼 정부기관이 처음 만들어졌다. 동물학대 범죄에 대응하려는 목적인데, ‘동물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출범의 첫발을 뗐다고 볼 수 있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2월 농림축산검역본부 질병진단과에 ‘약ㆍ독물법의검사실’을 신설하는 내용의 직제 개정안을 공표했다. 검사실은 앞으로 약물ㆍ독극물 학대 사망이 의심되는 반려동물을 부검하는 업무를 맡는다. 검역본부는 상반기 내 전담 연구원도 2명 배치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안에 동물 부검 조직을 설치한 것은 약물 피해로 숨지는 반려동물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경찰청 조사 결과, 2013년 전국 132건이었던 동물보호법 위반 입건 규모는 2021년 1,071건으로 8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 중 외력이 아닌 약물이나 독극물 사망이 의심되는 사건은 농식품부에 따로 분석기기가 없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해야 했다.
문제는 국과수의 사체 분석이 인체에 특화돼 있다는 점이다. 이경현 검역본부 수의연구관은 “초콜릿처럼 사람에겐 무해하지만 반려동물에게 치명적인 약물은 검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길고양이 사료에 타이레놀을 넣어 죽였다”는 의심글이 올라왔지만 범죄 사실을 밝혀내기 어려웠던 이유다. 약ㆍ독물법의검사실이 자리 잡으면 명확한 진상규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동물판 국과수 격인 ‘수의법의학센터’ 설치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올해 4월부터는 동물학대 신고자나 신고를 받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당국에 학대 여부 판단을 위해 검사를 의뢰할 수 있게 하는 개정 동물보호법이 시행된다. 반려동물 부검도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된 셈이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지금은 경찰 매뉴얼에 따라 동물 부검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제 근거 법령이 마련된 만큼 사인이 좀 더 확실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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