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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료 받고 싶어도 신상노출 때문에 소송도 못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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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료 받고 싶어도 신상노출 때문에 소송도 못 해요"

입력
2023.01.09 09: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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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피해자, 민사소송 걸면 신상정보 노출
형사재판서 손배 가능한 배상명령도 무력
"신상 가리고, 동일성 증명 장치 만들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강제추행 가해자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지 망설이고 있다. 소송 과정에서 집 주소가 가해자에게 알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A씨는 "혹시 주소가 알려지면 가해자가 해코지할까 걱정된다"며 "피해자가 왜 이런 걱정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성폭력 피해자 등 일부 범죄 피해자들은 위자료 현실화에 앞서 개인정보 유출 등 소송 절차가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위자료를 받기 위한 소송 제기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두려움이자 장벽이라는 지적이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신상 노출 우려에... 손배 소송 포기

해자가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신상노출 우려 때문에 위자료 청구 소송을 포기하는 이유는 소송을 제기하면 자동적으로 피해자 개인정보가 가해자 측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피해자 측과 가해자 측은 소장·답변서·준비서면, 판결문 등 피해자 성명과 주소가 적시된 소송서류를 공유하게 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조주빈이 주도한 '박사방' 피해자들도 대부분 이런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에게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배상명령 과정에서도 노출된다. 배상명령이 인용되면 피해자 이름, 주소, 생년월일 등 인적사항이 판결문에 기재되기 때문이다. 문혜정 여성변호사회 변호사는 "신상 노출로 인한 보복 우려 때문에 일부 피해자들은 이사하거나 개명하기도 한다"며 "특히 성폭력 피해자들의 경우 아예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신상정보 가린 채로 소송할 수 있게 해야"

사법정책연구원이 2020년 발간한 '민사소송 및 집행 절차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연구' 보고서 캡처.

사법정책연구원이 2020년 발간한 '민사소송 및 집행 절차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연구' 보고서 캡처.

법조계에선 피해자가 신상정보를 가린 채로 민사소송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국회에는 '소송서류와 판결문에 피해자 신상정보를 가릴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의 개정안이 3건 발의됐지만, 여전히 법제사법위원회 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위자료 청구 소송을 다수 맡았던 신진희 변호사는 "개정안이 통과된 뒤 피해자가 승소하더라도 판결 집행 과정에서 신상이 유출될 우려는 여전히 있다"며 "설령 민사소송에서 완벽하게 당사자 신상을 가리는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소송 당사자와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사건 재판 경험이 많은 김재련 변호사는 "형사사건에선 피해자가 가명으로 가해자를 고소해도 검사가 신원관리카드를 보관하고 있어 동일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며 "유사한 제도를 민사소송에도 도입해 피해자가 제대로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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