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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드는 사전

입력
2022.12.30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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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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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문학 작품을 번역하는 외국인들의 대담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한 러시아어 번역가가 인척 관계에 있지 않은 '오빠, 언니'가 작품에 나올 때 막막해지는데 'you'나 이름을 부르는 방식으로 번역한다고 했다. 영어권 번역가는 '강남 스타일'의 세계적 열풍 뒤에 마음 편히 'oppa'를 쓸 수 있게 됐다며 밝게 대답했다.

작년 9월 옥스퍼드 사전에 26개의 한국어 단어가 표제어로 올랐다. 심지어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없는 '먹방', '치맥'까지 포함되었는데, 이에는 2000년대부터 시작한 옥스퍼드 사전의 달라진 온라인 편찬 방식과 다양한 문화를 흡수하는 영어의 수용력이 한몫했을 것이다. 표제어 중에는 '오빠, 언니, 누나'도 포함되었는데 '손위인 형제나 남에 대한 호칭'의 기본 뜻에 더하여 '오빠'나 '언니'에는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라는 뜻을, '오빠'에는 '남자친구'라는 뜻까지 포함하였다.

국어원도 지난 2016년부터 온라인 이용자들이 참여하여 만드는 '우리말샘'을 운영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다소(?) 느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갑질', '대인배', '딸바보', '꿀피부'와 같은 새 표제어들을 담은 시도는 온라인 시대 집단 지성의 저력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사전에 없는 단어의 등재를 요청할 수 있고 단어의 용법 변화에 대한 의견도 제시할 수 있다. '우리말샘'은 개통 이후 현재까지 약 15만 개의 표제어를 추가하였고, 단어의 의미 변화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혹시 사전에 담아야 할 단어인데 찾아볼 수 없다면 '우리말샘'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은 어떨까.

최혜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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