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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버리고 알자지라와 카네기멜론 품은 카타르의 꿈

입력
2022.12.31 11: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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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석유시대 준비하는 중동-①카타르

편집자주

국내외 주요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리포트입니다.

카타르는 자국보다 186배나 큰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지만 이란과는 세계에서 가장 큰 페르시아만 가스전을 나누고 있어, 이웃국과 갈등을 무릎쓰고 이란과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소국이지만 독립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중동의 스위스'를 지향하며 다양한 단체에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 제공

카타르는 자국보다 186배나 큰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지만 이란과는 세계에서 가장 큰 페르시아만 가스전을 나누고 있어, 이웃국과 갈등을 무릎쓰고 이란과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소국이지만 독립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중동의 스위스'를 지향하며 다양한 단체에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 제공


일본 양식진주에 몰락한 카타르 진주채취 경제

1905년 일본인 미키모토 고키치(御木本幸吉)가 원형 진주 양식에 성공했다. 양식진주나 천연진주가 서로 다를 바 없다는 학계 연구로 1920년대 일본은 세계 진주시장의 강자로 등장했고 동시에 카타르 경제는 몰락했다. 당시 카타르는 진주 채취로 연명하는 전통경제였다. 매년 5월 진주 채취 선단의 출항 축제를 벌이고 4개월 후인 9월에 귀항 환영 축제를 여는 전통을 이어왔다. 혼수상태가 된 카타르 경제의 산소호흡기는 1939년 터진 두칸(Dukhan) 유전이었고, 1972년 북쪽 페르시아만에서 찾은 가스전은 카타르가 병상을 박차고 나가 맘껏 도약하는 지렛대가 되었다.

1971년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아랍에미리트와 연방 결성을 거부한 사니 가문(Al Thani)이 이끌어 온 카타르는 1995년 무혈 쿠데타로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빼앗은 하마드 빈 칼리파(Hamad bin Khalifa Al Thani) 국왕 때부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하마드 국왕은 풍부한 천연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했다.

석유 없는 시대, 지식기반경제를 미래 먹거리로

그러나 양식진주 때문에 무너졌던 것처럼, 화석연료 위주 경제 역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으리라는 전망을 카타르 역시 피할 수 없다. 이에 카타르는 ‘국가비전 2030’에서 석유로 번 돈으로 석유 없는 시대를 준비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바로 지식기반 경제로 전환하는 정책이다. 최근 첨단 기술을 총동원한 월드컵은 이러한 이행 과정에서 작지만 중요한 이정표 가운데 하나였다.

금융과 부동산, 항공 허브로 미래를 대비하는 두바이와 달리, 카타르는 교육, 문화, 스포츠 등 자국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질 수 있는 '소프트 파워' 부문을 중심으로 국가발전의 틀을 잡고 있다. 이미 전체 상주인구(292만 명)의 90%가 오일 달러를 벌러 온 외국인인 만큼 포스트석유시대에도 외국인이 계속 머물 이유를 교육과 방송 등 문화산업에서 만들어내면 된다는 전략인 셈이다.

사막의 장미를 형상화한 카타르 국립박물관.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하고 국내 건설사가 준공했다. 현대건설 제공

사막의 장미를 형상화한 카타르 국립박물관.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하고 국내 건설사가 준공했다. 현대건설 제공

카타르의 이런 구상은 중동판 BBC인 알자지라방송에서 잘 드러난다. 카타르만 제외하고 주변 국가에 날카로운 비판의 눈길을 보내는 이 방송은 언론자유 불모지 중동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슬람 예술품을 모은 박물관, 사막의 장미를 형상화한 국립박물관 등 예술의 가치를 드높인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카타르 월드컵은 파편화한 부족 중심사회를 해체하고 카타르 국민 정체성을 다지는 계기로 삼았다. 각종 국제 전시행사를 빈번히 개최하며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도 같은 이유다. 2023 원예박람회, 2024 세계수영선수권대회, 2030 아시아게임 등 줄잇는 국제행사는 스포츠와 문화 중심지라는 국가이미지 창출과 함께 산업다각화에 중요한 관광사업 발전을 꾀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카타르의 미래 비전의 핵심은 지식기반 경제다.

왕실주도 전폭적 교육투자, 세계유수대학 유치

화석연료가 카타르 국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압도적이다. 풍부한 화석연료는 수출의 85%, 국내총생산(GDP·2,226억 달러)의 60%, 정부 재정의 70%를 차지한다. 카타르 왕실은 1995년부터 교육 투자에 집중했다. 화석연료 기반 경제를 벗어나려면 인적 자원의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것이다. 서구의 기술을 습득해 산업다각화를 주도할 자국 인재를 양성하고, 대외적으로도 질 높은 교육을 받고자 하는 유학생을 유치하려 노력한다. 그 결과 2022년 예산에서 교육은 8.7%(178억 카타르 리얄·6조1,737억 원)이다.

카타르 교육도시(에듀케이션시티) 전경. 두바이가 금융과 부동산, 항공허브를 새로운 미래로 내세운 것과는 달리 카타르는 교육, 문화, 스포츠 등 자국 정체성을 확고히 다질 수 있는 분야로 국가 발전의 틀을 잡았다. 아래는 교육도시에 위치한 하마드 빈 칼리파 대학교(HBKU). 카타르재단 HBKU제공

카타르 교육도시(에듀케이션시티) 전경. 두바이가 금융과 부동산, 항공허브를 새로운 미래로 내세운 것과는 달리 카타르는 교육, 문화, 스포츠 등 자국 정체성을 확고히 다질 수 있는 분야로 국가 발전의 틀을 잡았다. 아래는 교육도시에 위치한 하마드 빈 칼리파 대학교(HBKU). 카타르재단 HBKU제공

이런 노력의 결정체는 1995년 설립된 카타르재단(Qatar Foundation)이다. 하마드 국왕의 두 번째 아내이자 현 타밈(Tamim bin Hamad) 국왕의 모친인 모자 빈트 나세르(Moza bint Nasser)가 딸 힌드(Hind bint Hamad bin Khalifa) 공주와 함께 카타르재단을 이끌고 있다. 사막 위에 세계 유수 학교를 모으기 위해, 돈을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덕분에 카타르재단이 만든 도하 인근 알라이얀(Al-Rayyan) 지역의 1,000㏊ 규모 교육도시에는 코넬의대, 조지타운대 국제관계학, 버지니아커먼웰스대 디자인학, 노스웨스턴대 언론방송학, 텍사스A&M대 공학 및 카네기멜론대 컴퓨터 사이언스 등 미국 대학의 가장 경쟁력 있는 전공분야가 몰려 있다.

교육도시의 강의실, 도서실, 휴게실 등 캠퍼스는 초현대적이고, 기숙사는 호텔급이다. 카타르 재단이 운영하는 8개 대학교와 13개 대학예비교, 8,000명 이상의 학생이 공부한다. 재학생은 소속 학교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모든 시설을 이용하면서 공부한다. 우리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H조 예선전을 치른 곳이 바로 이곳 교육도시로, 카타르를 혁신의 허브로 만들 연구소, 스타트업 업체가 향후 들어설 계획이다.

카타르재단은 8개 외국대를 유치한 후, 2010년 연구 중심의 하마드 빈 칼리파(Hamad Bin Khalifa) 대학교를 만들었다. 카타르를 넘어 중동, 더 나아가 세계적인 명문이 되겠다는 목표다. 궁극적으로 카타르재단이 후원하는 8개 외국대학의 역량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 중심이라는 목표가 보여주듯 컴퓨터 공학사과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학사 이상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천연가스 활용하며, 인적 자원 개발 장기전

인력 양성은 장기적 안목에서 보면 가장 이상적인 국가발전 모델이다. 하지만 카타르가 화석연료 기반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정부에 의존하지 않는 민간기업이 발전해야 하는데, 아직 그 수준은 멀어 보인다. 세계적 연구소 유치 목표도 이뤄진 게 별로 없다. 24시간 가동되는 냉방시설이 전력소비의 70%를 차지하고 수자원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식수를 만들려면 화석연료를 사용해 담수화 시설을 가동해야 하는 등 지식기반 경제만으로는 당장의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카타르가 박차를 가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 사업. 카타르에너지 제공

카타르가 박차를 가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 사업. 카타르에너지 제공

이에 카타르는 잠정적으로 천연가스를 활용한 에너지 전환정책을 통해 주요 재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2030년 매년 700만 톤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능력을 갖추고, 온실가스 25%를 감축하며 2035년에는 연 1,1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재생에너지 투자액도 2017~2019년 2%에서 2022년에는 8%로 상승했다. 블루암모니아와 태양열 에너지 개발에 1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연간 800㎽를 생산해 카타르 필요 전력의 10%를 담당하는, 180만 개 태양광 패널에 10㎢ 크기 알카르사(Al Kharsah) 태양광 발전소의 건설 계획도 내놓았다.

오일 머니로 석유 없는 시대를 준비하는 카타르의 국가전략은 언뜻 역설적으로 보인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그 돈은 화석연료를 팔아야만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카타르 에너지의 알카비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화석연료 없는 에너지 전환은 불가능하고, 인류에게 최상의 화석연료는 가스다.” 요컨대 카타르는 탈화석연료 시대를 대비하고자 천연가스라는 든든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인적 자원 개발 장기전에 몸을 실은 셈이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

중동-이슬람 전문가다. 서강대에서 종교학을 공부하고 캐나다 맥길대에서 이슬람학 석사, 이란 테헤란대에서 이슬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법무부 국가정황정보 자문위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동연구회 전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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