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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문제의식 시대와 공유할 무게를 지녀···" [희곡 심사평]

입력
2023.01.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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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부문 심사평

심재찬(왼쪽) 연출과 김명화 극작가 겸 연극평론가가 지난달 1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2023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응모작을 심사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심재찬(왼쪽) 연출과 김명화 극작가 겸 연극평론가가 지난달 1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2023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응모작을 심사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코로나 탓인지 고독하고 어두운 작품이 많았다. 그러나 격리와 비대면이라는 고독의 시간은 때로 작가들에게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선물을 주기도 한다. 올해 희곡 분야 지원 작품은 총 107편, 신춘문예 지원작 편수로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이 일정 수준을 유지했고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연극적으로 구축하려는 단단함이 읽혔다.

최종심까지 올라온 작품은 '콤메이트'와 '래빗 헌팅' 두 편이었다. '콤메이트'는 기성세대의 결혼제도 및 가치관을 전복한 세태풍자극이다. 여러 빛깔의 재료와 토핑을 샐러드 볼에 담아놓은 듯 혹은 샐러리가 입속에서 아삭거리듯, 가짜 결혼식을 거행하며 세태를 풍자하는 작가의 솜씨가 화사하고 싱싱했다. 컨셉이나 풍자에 초점이 맞추어져 등장인물의 생명력이 약한 것이 흠이었다.

'래빗 헌팅'은 묵직한 작품이다. 숙직실에서 도박판을 벌인 고등학교 교사들의 이야기인데, 트럼프 놀이로 세상살이를 비유하는 솜씨나 손에 들고 있는 패를 쉽게 보여주지 않는 플롯의 기술이 좋았다. 자칫 밋밋할 정도로 뚝심있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카오스의 이면, 세상의 부조리와 부도덕에 우리 역시 한 발 담그고 있다는 서늘한 진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다이알로그가 번역극을 읽듯 건조했으나, 그 결함이 사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매력적인 결말이었다.

두 편의 작품은 결이 달라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남은 것은 선택이다. 심사위원들은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작품이 어떤 작품일지 고민했고, '래빗 헌팅'을 선정작으로 선택했다. 지금 이 시대의 불편한 혼돈에 대해 우리들은 정말 아무 책임도 없는 것일까. 선명한 분노만으로 과연 이 세상의 혼란이 극복될 것인가. '래빗 헌팅'의 문제의식은 우리 시대와 충분히 공유할만한 무게를 지녔고, 막이 내린 뒤에도 관객들에게 여운을 주리라 믿는다. 수상을 축하드린다.

그 외 미혼모의 불안함을 감각적 언어로 표현한 '태어나는 법'과 개인의 무력함을 역사에 기대 재치있게 묘사한 '무명병사' 역시 주목한 작품이다.


심사위원 심재찬, 김명화(대표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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