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의 피로감만 늘어가는 방송 3사 연예시상식
고정적인 그림 연속…혁신 필요하다는 지적 일어
지상파 예능 부진 속 웹예능의 수요 폭발적 상승
어느 순간부터 대중이 예능 시상식들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장수 예능들의 잠식이 꽤 오래전부터 지속됐기 때문이다. 같은 출연자들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상을 나눠 먹는 듯한 그림이 아쉬움을 자아낸다.
현재 방송가 예능 프로그램들에는 10·20대 시청층이 원하는 소재가 없다. 집 결혼 이혼 등은 이제 더 이상 매력적인 키워드가 아니다. 반면 웹예능 시장은 커지고 있다. 장르도 캐릭터도 무궁무진하다. 이미 일부 스타들은 TV 플랫폼 예능보다 유튜브 예능에서 훨훨 날고 있다. 코미디언들도 자연스럽게 유튜브로 몸값을 올리고 전성기를 맞이했다. 방송가 예능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은 시청률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SBS 연예대상'은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5.65%를 기록했으나 올해에는 4.93%에 그쳤다.
장수 예능들이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것은 신규 프로그램의 부진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운우리새끼'와 '런닝맨'이 SBS를 대표하는 예능이라고 불린 시기가 벌써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비교적 신생인 '골때리는 그녀들'이 영역을 확장시키곤 있지만 장수 예능의 벽은 여전히 견고하다. 또 '딱 한 번 간다면' '싱포골드' '판타스틱 DNA 싱어' '공생의 법칙' 등 색채 뚜렷한 신규 예능들이 론칭됐지만 결과는 빈약했다.
신동엽도 인정한 '그 나물에 그 밥'
타 방송사들의 상황은 어떨까. KBS의 경우 '개그콘서트'와 '해피투게더' 종영 후 '1박2일'과 '불후의 명곡' '슈퍼맨이 돌아왔다' 세 프로그램의 활약이 끝이다. 그나마 KBS는 리프레쉬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김동전'과 '전국노래자랑' 등이 도전의 일환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배틀트립2' '주접이 풍년' '아기싱어' 등이 아쉬운 성적을 보인 만큼 마냥 웃을 수도 없다. 이를 의식한 듯 '2022 KBS 연예대상'에서 신동엽은 마이크를 잡고 "드라마는 매년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오지만, 예능은 매년 새롭게 하고 강하게 어필하기 힘들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1년 동안 고생한 분들 큰 잔치 한 마당 벌어진다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봐달라"고 당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신동엽의 말처럼 예능은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미 굳건하게 형성된 시청층은 화려한 라인업이나 이색적인 포맷에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시청층은 보장된 웃음을 원할 뿐 도전을 선호하지 않는다.
MBC는 '라디오스타'와 '놀면 뭐하니' '전지적 참견시점'의 침체 속에서 '안싸우면 다행이야' '결혼지옥'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보였다. 그러나 최근의 출연자 이슈로 논란에 휩싸이면서 '결혼지옥'의 존폐 위기가 도래했고 올해 시상식에서도 언급이 어렵게 됐다. '놀면 뭐하니'는 론칭부터 큰 인기를 끌었고 굵직한 성과를 완성했지만 김태호 PD의 부재가 제법 여운이 길다. 그나마 MBC는 '나 혼자 산다'로 화제성 부문에서는 웃을 수 있게 됐다. 그간 원년 멤버들의 연이은 하차와 각종 논란 속에서 최저 시청률 5%까지 떨어졌다가 전현무의 새로운 캐릭터가 사랑을 받으면서 안정권 안에 들었다. 올해 프로그램 자체 최고 수치는 11%다.
웹예능, 이제는 업계 공룡
이처럼 지상파 예능이 희비가 교차하는 가운데 웹예능들이 몸집을 크게 불리면서 업계 공룡으로 부상했다. 스타 PD인 나영석은 일찍이 웹예능에 집중했다. '출장 십오야' 등이 최근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용진은 예능에서도 활약하긴 했으나 유튜브에서 더욱 날개를 펼치고 전성기를 수성 중이다.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 '바퀴달린 입' '용진건강원' 등 특유의 입담과 재치로 MZ세대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패러디물로 시작했지만 전혀 다른 콘셉트로 무기를 잡고 적극 활용 중이다. 황정민 하정우가 나온 에피소드는 27일 기준 464만 뷰를 돌파했다. 꽈추형이 나온 회차는 무려 572만 뷰를 넘겼다.
이영지가 진행을 맡은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은 슈퍼스타의 도움을 톡톡히 봤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진이 출연한 회차는 같은 기준 1,490만 뷰를 기록했다. 또 현아 편은 717만 뷰의 성과를 거뒀다. 앞서의 웹예능들 모두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술방부터 친숙한 인물이라면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일단 자리에 앉히고 본다. 접근성이 용이하면서 수위에 대한 제약이 크게 강하지 않아 가능한 '비방용' 이야기가 새로움을 만들었다. 물론 진행자들의 노련한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뻔하지 않은 토크가 즐겁고 또 반갑다. 10분 안팎의 숏폼 콘텐츠들도 가볍게 즐기기 안성 맞춤이다. 제작자 입장에서도 좋은 황금알을 낳는 가성비의 거위다. 지상파 예능보다 규모는 작지만 파급력은 그 이상이다.
앞서 장성규와 광희가 웹예능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것을 떠올린다면 스타에게도 웹예능은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최근에는 이석훈이 무대 마이크가 아닌 토크용 마이크를 찬 후 팬들의 사랑을 톡톡히 받는 중이다. 10대부터 50·60대까지 다양한 세대들이 소비하고 있는 웹예능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미래의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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