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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비봉이', 경주마 '까미'... 시민이 뽑은 2022 동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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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비봉이', 경주마 '까미'... 시민이 뽑은 2022 동물뉴스

입력
2022.12.29 11:00
수정
2022.12.29 12:3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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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애니로그, 동자연과 올해의 뉴스 선정
경주마 비참한 일생?미뤄진 개식용 종식 공동 1위
전문가 "사람이 이용하는 동물에 대한 책임 느껴"


KBS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에 동원됐다 숨진 퇴역 경주마 '마리아주'(왼쪽)와 방류 이후 행방불명된 비봉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해양수산부 영상 캡처

KBS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에 동원됐다 숨진 퇴역 경주마 '마리아주'(왼쪽)와 방류 이후 행방불명된 비봉이. 동물자유연대 제공, 해양수산부 영상 캡처

올해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이 통과되는 등 동물 관련 법이 개정되는 성과가 있었다. 반면 국내 수족관에 남은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방류 후 실종, 드라마 촬영에 동원된 퇴역 경주마 '마리아주' 사망 등 동물들의 수난도 계속됐다.

애니로그는 2022년을 돌아보고 내년에는 동물이 더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시민들과 올해의 동물뉴스를 선정했다. 이를 위해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동자연)와 사전에 뽑은 5개 뉴스 가운데 누리꾼을 대상으로 '올해의 동물뉴스'를 선정하도록 하고, 그 이유를 물었다. 이달 16일부터 21일까지 동자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진행된 설문에는 총 165명이 참여했다.

공동 1위, 방치된 퇴역 경주마 실태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올해 동물 뉴스 1위는 경주마의 비참한 일생(43명)제자리걸음 중인 개 식용 종식∙민법 개정안(43명)이 각각 26.1%의 선택을 받아 공동으로 뽑혔다.

올해는 특히 베일에 싸여 있던 퇴역 경주마의 실태가 드러난 해였다. 1월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제작진이 촬영 현장에서 강제로 쓰러트린 말 '마리아주'(예명 까미)가 사망하면서 동물학대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동자연 등이 공개한 촬영 현장 영상을 본 많은 시민이 분노했고, 동원된 말이 퇴역 경주마로 밝혀지면서 허술하게 관리되는 퇴역 경주마의 복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퇴역 경주마는 1년에 1,000마리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응답자는 선정 이유로 "까미의 죽음으로 말이 사극에 출연하는 장면을 다시 보게 됐다"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말이 학대당하고 소품으로 쓰이다 죽음을 맞이했을지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이외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경주마의 실태를 알게 됐다", "생명에 기본 예의조차도 지키지 못하는 현실이 부끄러웠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미뤄진 개 식용 종식∙민법 개정안 통과

초복인 7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시민 400여 명이 모여 개 식용 종식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서한을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전달했다. 개식용 종식을 촉구하는 국민행동 제공

초복인 7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시민 400여 명이 모여 개 식용 종식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서한을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전달했다. 개식용 종식을 촉구하는 국민행동 제공

지난해 논의가 시작됐던 개 식용 종식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지난해 9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관계부처에 개 식용 금지를 지시하고 정부는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꾸렸지만 기한 연장만 되풀이하며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가 지난해 10월 발의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넣은 법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민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응답 가운데는 "민법 개정 소식을 기다렸지만 진척이 없고, 개 식용 문제 역시 많은 개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이지만 바뀐 게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 다른 응답자는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는 민법 개정안 통과는 다양한 동물학대 문제를 해결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3위, 계속되는 사육곰의 비극

강원 동해시 한 사육곰 농장 속 곰이 철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동해=고은경 기자

강원 동해시 한 사육곰 농장 속 곰이 철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동해=고은경 기자

3위는 23.6%(39명)가 선택한 사육곰의 비극이 차지했다. 올해 1월 정부는 2025년까지 사육곰 산업 종식을 선언하고 특별법 제정, 보호 시설 건립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노력이 무색하게 이달 초 울산에서 사육곰 3마리가 탈출해 사살되고 농장주가 숨지는 사이 발생해 많은 이의 안타까움을 샀다.

현재 환경부가 파악하고 있는 곰 사육 농가는 22곳, 사육곰은 319마리다. "누구든지 곰의 부산물 채취 등을 목적으로 곰을 사육하거나 증식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곰 사육 금지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은 2만 명의 국민이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지지했다.

응답자들은 "사육곰이 인간의 편의를 위해 이용당하고 희생되는 모습이 정말 안타깝다", "수십 년 끌어온 끈질긴 사육곰 문제, 이제는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다" 등의 의견을 전했다.

4위, 동물원수족관법∙야생생물법 통과

고드름이 가득한 사육장에서 길러진 대구 한 동물원의 원숭이(오른쪽 사진)와 구조된 후 개인 봉사자가 준 과일을 들고 있는 원숭이. 금빛실타래 블로그 캡처

고드름이 가득한 사육장에서 길러진 대구 한 동물원의 원숭이(오른쪽 사진)와 구조된 후 개인 봉사자가 준 과일을 들고 있는 원숭이. 금빛실타래 블로그 캡처

앞으로 전시동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동물원수족관법 전부 개정안∙야생생물법 일부 개정안 통과를 올해의 뉴스로 꼽은 비율은 13.3%(22명)였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은 동물원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전문검사관제도를 도입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고통, 공포,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야생생물법 일부 개정안 통과로 야생동물카페, 이동동물원 등 동물원·수족관이 아닌 시설에서는 야생동물을 전시할 수 없다.

한 응답자는 "반려동물의 경우 많은 관심을 받아 왔지만 전시동물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며 "동물을 단지 돈으로 보고 고통을 주는 행위에 분노했는데, 관련 법 통과로 우리가 동물과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사회로 한발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고 선정 이유를 적었다.

5위, 준비 없이 이뤄진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방류

방류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소식이 끊긴 비봉이가 가두리에 있던 모습. 해양수산부 영상 캡처

방류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소식이 끊긴 비봉이가 가두리에 있던 모습. 해양수산부 영상 캡처

마지막 뉴스는 방류된 이후 행방불명된 남방큰돌고래 '비봉이'(10.9%∙18명)다. 비봉이는 10월 16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방류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비봉이의 실제 훈련 기간이 48일에 불과한 데다 방류 당시까지 사람을 따르는 모습을 보였지만 비봉이 방류협의체(해양수산부, 제주도, 제주대, 호반그룹, 핫핑크돌핀스)는 비봉이를 내보냈다.

비봉이 방류는 초기부터 논란이 거셌다. 비봉이가 ①원서식지에 ②젊고 건강한 개체를 ③가능한 한 짝을 지어 방류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서다. 더욱이 무리 없이 비봉이 혼자 방류해야 하는 점은 우려를 더 키웠다. 방류협의체가 충분한 논의 없이 방류기준이나 재포획 기준, 방법 등의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은 채 비봉이를 가두리로 보낸 점도 비판을 받았다.

한 응답자는 "비봉이의 삶이 너무 기구하고, 방류 실패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는 데 충격"이라며 "이는 동물학대이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에 화가 난다"고 답했다. 이외에 "방류라고 하면 무조건 좋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드라마 '이상한변호사 우영우'가 뜨니까 이를 핑계로 인기를 얻으려 준비 없이 풀어준 것 같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연합뉴스TV 캡처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연합뉴스TV 캡처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시민들의 관심이 개 식용문제뿐 아니라 야생동물, 전시동물 등 동물권 전반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그동안 소외돼 왔던 경주마, 사육곰 등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바람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인문수의학자인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시민들의 동물에 대한 사람의 책임, 특히 사람이 이용하는 동물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보는 시각이 강해진 것 같다"며 "동물을 이용한 이후에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데 많은 이가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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