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실, 홍장표 원장 시기 포함해 KDI 감사
감사원도 조사 검토, 홍 전 원장 향한 압박 수위 고조
정부가 홍장표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의 재직 시기를 두고 감사를 실시했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소득 통계 왜곡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 조사 대상에 오른 홍 전 원장을 향해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이다.
20일 관가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를 보좌하는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28일부터 2주 동안 KDI에 대해 정기 감사를 실시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27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대한 감사 권한을 갖고 있는 국조실은 5, 6년마다 기관 정기 감사를 한다.
KDI에 대한 정기 감사는 예고된 일이긴 하지만 감사 시점이 미묘하다. 문재인 정부 집권기 '국가 통계 조작 의혹'을 따져보고 있는 감사원이 홍 전 원장을 조사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홍 원장의 KDI 재직 시절도 감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홍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2021년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KDI 원장으로 재직했다.
감사원은 소득주도성장 설계자인 홍 전 원장이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 정권에 유리하게 소득분배 지표를 바꾸는 데 관여했는지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은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실시한 후인 2018년 5월 저소득층 소득이 오히려 감소했다는 가계동향조사 결과가 나오자, 해당 통계 표본과 기준을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통계청을 이끌던 황수경 전 통계청장은 청와대로부터 경질당한 후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돼선 안 된다"는 말을 남겨 논란의 불을 댕겼다.
국조실은 KDI 정기 감사가 홍 전 원장을 향한 감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조실 관계자는 "출연연 정기 감사는 예산, 회계, 인력 등 조직 운영을 제대로 했는지를 본다"며 "홍 전 원장뿐 아니라 그 이전에 최정표 전 원장 등이 KDI를 맡았던 시기가 모두 감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가 안팎에선 이번 국조실 감사를 계기로 홍 전 원장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압박 수위가 더 세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홍 전 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3년 임기의 KDI 원장을 계속 유지하면서 정권에 미운털이 박혔다. 홍 전 원장은 한 총리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설계자가 KDI 원장에 앉아 있는데 같이 갈 수 없다"고 직접 압박하자 7월 6일 표적 감사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홍 전 원장은 KDI 원장 시절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보고서를 견제해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다"며 "홍장표 체제는 이번 국조실 감사를 넘어가더라도 정책 감사 기능이 강한 감사원 감사를 다시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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