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마다 전세대출 금리 오르며 이자 눈덩이
월 이자 45만→76만→112만 원 2.6배 불어나
전세대출 90%는 변동금리…상황 대동소이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김모(35)씨는 최근 집주인에게 방을 빼겠다고 통보했다. 반년 동안 전세대출 금리가 두 번이나 뛰면서 월 이자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불어났기 때문이다.
김씨는 은행에서 전셋값(3억 원·전용 59㎥)의 73%인 2억2,100만 원을 전세대출(6개월 변동금리·만기일시상환) 받아 지난 2년여간 매달 이자로 45만 원가량을 냈다. 그런데 6월 김씨의 전세대출 금리는 기존 2.93%에서 4.02%로 올랐고, 최근엔 6.2%로 인상됐다. 반년 새 월 이자가 45만 원→76만 원(6월)→112만 원(12월 예정)으로 3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김씨는 "6개월 뒤 또 이자가 오를 텐데 그땐 아예 적자가 나 현재로선 방을 빼 월셋집으로 가더라도 대출부터 갚는 게 최우선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세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김씨처럼 이자 걱정에 밤잠을 설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전세대출을 받은 이의 90%가 6개월·1년 주기로 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 형태라 요즘 같은 금리 인상기엔 그야말로 이자 갚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
90% 전세대출…금리 상승에 부메랑으로
19일 기준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를 살펴보면, 최저 금리는 연 4.43%(기업은행)~6.83%(수협은행), 최고 금리는 4.5%(기업)~8.03%(수협) 수준이다. 반년 사이 최저·최고 금리가 2~3%포인트 넘게 뛰었다.
최근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은행들이 금리 인상 속도조절에 나서긴 했지만, 금리 상승 추세는 뚜렷해 내년 초엔 8% 금리를 웃도는 상품이 대부분일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추세면 김씨는 내년 5월 다시 금리 인상 통보를 받을 가능성이 큰데, 보수적으로 금리 인상 폭을 1%포인트로 잡아도 월 이자(136만 원)는 20%나 뛴다.
지난해처럼 금리가 쌀 땐 전세대출이 값싼 비용으로 주거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통로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62조 원으로 이 중 93.5%인 151조5,000억 원이 변동금리 대출이다. 더욱이 전세자금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보증금의 80~90%까지 대출해준다. 금리 상승기에 부담이 껑충 불어나는 구조라는 얘기다.
잇따른 전세자금대출 금리 인상으로 서울 상당수 지역에선 전세살이 비용이 월세 비용을 앞질렀다. 서울에서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전월세전환율(KB국민은행 기준)은 3.28%인데, 김씨가 사는 아파트의 전월세전환율은 3.6%다. 대략 보증금 2억2,100만 원을 월세로 돌리면 연 이자가 795만 원(월 66만 원)으로 전세대출 이자(연 6.2%·1,344만 원)보다 훨씬 낮다.
울며 겨자 먹기로 "월셋집 가는 수밖에"
인터넷 커뮤니티엔 최근 전세대출 금리가 연달아 뛰어 이자 감당이 안 된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당장 이자 폭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대출을 갚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보니 전세에서 반전세로 갈아타겠다는 이도 부지기수다.
실제 이런 영향으로 올해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비중(11일 기준)은 사상 처음으로 평균 40%를 돌파했다. 전국 기준 월세 비중(1~10월·국토교통부)은 51.8%로 처음으로 전세 비중을 앞질렀다. 시장에서 전세물건이 쏟아지고 수요가 줄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2.96%를 기록해 14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내년에도 전세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 경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금리에 따른 월세 상승세는 기준금리 하향조정이 시작되는 시점이 돼야 진정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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