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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토폴’ 때리면서 외교전… 젤렌스키의 ‘양면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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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토폴’ 때리면서 외교전… 젤렌스키의 ‘양면 전술’

입력
2022.12.1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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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동부~남부 러 점령지에 전방위 공격
용병 바그너그룹 본부·요충지 멜리토폴 타격
젤렌스키, 미국·프랑스·튀르키예와 연쇄 통화

11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 멜리토폴에서 우크라이나군 공격으로 파괴된 러시아 군사시설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멜리토폴은 개전 직후인 3월 초 러시아군에 점령됐다. 멜리토폴=타스 연합뉴스

11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 멜리토폴에서 우크라이나군 공격으로 파괴된 러시아 군사시설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멜리토폴은 개전 직후인 3월 초 러시아군에 점령됐다. 멜리토폴=타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동남부 지역 러시아군 거점과 군사기지에 전방위 공격을 단행하면서 전투가 다시 격화하고 있다. 동부 전선에 투입된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도 목표물에 포함됐고, 자포리자주(州) 멜리토폴에선 사상자도 발생했다.

특히 멜리토폴은 러시아군에 물자를 공급하는 물류 중심지로,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에 이어 멜리토폴 수복 작전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서방 정상들과 잇따라 대화하며 외교전도 펼치고 있다.

러시아 군사기지에 폭격… 우크라 공세 강화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BBC방송 등을 종합하면 10, 11일 주말 이틀간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에서 남부 자포리자주와 크림반도에 이르기까지 우크라이나군 작전으로 추정되는 폭격이 다수 보고됐다. 서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러시아군의 드론(무인기) 공습으로 전력 시설이 파괴돼 150만 명에게 전기 공급이 끊기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직후였다.

루한스크주 카디우카 마을에서는 한 호텔이 파괴돼 잔해만 남은 광경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바그너그룹 본부가 사용하던 건물을 공격했다”며 “병력 상당수가 손실됐고 생존자들도 의료 부족으로 절반은 치료도 받지 못하고 사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잔혹하기로 악명이 높아 ‘푸틴의 살인병기’라 불리는 바그너그룹은 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 최전방에 투입됐다.

남부 멜리토폴에서도 10여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 미사일 일부는 러시아군 방공망에 격추됐고, 나머지는 러시아군이 사용하던 건물을 강타했다. 친러시아 행정당국은 “미사일 4발이 떨어져 2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반면 망명 중인 이반 페도로우 멜리토폴 시장은 “러시아군이 학교와 민가에까지 들어와 있다”며 “군 은신처에서 러시아 병사 200명이 숨진 사실을 파악했다”고 반박했다.

헤르손 다음 수복 목표는 물류 중심지 멜리토폴?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 멜리토폴(빨간 표식). 구글맵 캡처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 멜리토폴(빨간 표식). 구글맵 캡처

멜리토폴에서는 3월 초 러시아에 점령된 이래 친러시아 당국자를 겨냥한 게릴라군의 기습 공격이 끊이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주도하는 군사 작전은 드물었다. 최근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탈환한 우크라이나가 멜리토폴 수복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지난달 서방 언론들도 우크라이나군이 멜리토폴을 향해 새로운 공세를 준비하는 조짐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멜리토폴은 동쪽으로 아조우해 항구도시 마리우폴과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헤르손과 드니프로강, 남쪽으로는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와 맞닿아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군에 공급되는 무기와 물자가 멜리토폴을 거쳐 간다. 우크라이나가 멜리토폴을 되찾으면 헤르손주 러시아 점령지와 크림반도는 육로 보급로가 끊겨 고립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도 멜리토폴 수복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헤르손 주둔 러시아군과 마리우폴 인근 러시아 국경을 연결하는 모든 물류가 멜리토폴을 지나간다”며 “멜리토폴이 무너지면 러시아군 전체 방어선을 무너뜨릴 수 있고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직통로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서방 정상과 연쇄 통화… 협상론 탄력받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국군의 날인 6일 동부 도네츠크 최전선을 방문해 병사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도네츠크=로이터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국군의 날인 6일 동부 도네츠크 최전선을 방문해 병사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도네츠크=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전장에서 공세를 강화하면서도 최근 급부상한 ‘종전 협상론’에도 문을 열어두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연달아 통화를 했다. 각 정상들과 그간 자주 소통했지만, 하루에 몰아서 통화한 건 이례적이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 왔던 터라 더욱 의미심장하게 해석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심야 대국민 연설에서 “파트너들과 쉬지 않고 협력하고 있으며 다음 주에 중요한 결과들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 헌장에 기반한 정의로운 평화는 수용할 수도 있다”고 발언한 사실에 비춰 협상론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다만 △우크라이나 영토 완전성 회복 △러시아 전쟁 배상금 지급 △러시아 전쟁범죄 사법처리 등 우크라이나가 제시한 조건을 러시아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희망적 결과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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