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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철회 투표에 '찬성 62%'...화물연대 힘 빠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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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철회 투표에 '찬성 62%'...화물연대 힘 빠진 이유는

입력
2022.12.10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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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개시명령' 꺼내 든 정부의 강공 일변도
내부적 동요에 어려운 경제 여건 겹쳐
'아군'들의 조기 이탈도 파업 동력 약화

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 복귀를 결정한 9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조합원이 눈물을 닦고 있다. 의왕=연합뉴스

화물연대가 9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총파업을 접었다. 16일간의 파업을 통해 얻어낸 게 없는 상태에서 일터로 돌아갔다. 파업 초부터 몰아친 정부의 강한 압박에 파업 대오가 흐트러졌고 이 과정에서 여러 '아군'들을 잃으면서 투쟁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선 복귀, 후 대화' 원칙에 교섭 난항

화물연대 총파업 기세가 꺾인 요인으로는 두 차례에 걸친 '업무개시명령'이 우선 꼽힌다. 지난달 29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거쳐 시멘트 분야에 대한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고, 이달 8일에는 철강 및 석유화학 분야 화물운송 노동자들에게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2004년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 때 도입된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업무개시명령 당시 파업 참여 화물차 기사들은 "기본권 침해"라며 삭발투쟁 등으로 강하게 반발했지만, 일부 조합원들에게 명령서가 전달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업무개시명령서를 받고도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면허 정지·취소에 더해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어 상당수의 기사가 파업 대열에서 이탈했다. 국토교통부는 명령 발동 후 일주일 만에 파업 참가 시멘트 운송기사의 30%가량이 복귀한 것으로 추산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파업 직후 2만1,000톤까지 줄었던 시멘트 출하량은 지난 7일 기준 18만 톤으로 평년 동월 대비 96% 수준을 회복했다. 레미콘 생산량도 71%까지 올랐다. 국토부는 업무개시명령이 물류 정상화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다.

업무개시명령 이후 형식적으로나마 진행되던 노정 대화는 완전히 중단됐다. 정부는 '선 복귀, 후 대화' 원칙을 내세우며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예고했고, 이에 화물연대가 반발하며 대화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철도노조·서울교통공사 등 교섭 타결로 '외딴 섬'...민주당마저 돌아서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철회한 9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앞 도로에 주차된 화물차에서 한 조합원이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의왕=뉴시스

화물연대가 시작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의 총파업 규모가 쪼그라든 것도 영향이 컸다. 당초 공공운수노조는 지난달 24일 화물연대에 이어 30일 서울교통공사, 이달 2일 철도노조, 6일 민주노총 총파업 등으로 화력을 키워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와 철도노조 등 산별노조 조직이 파업 하루 만에 사측과 협상을 타결해 총파업을 철회했고, 현대중공업 등 대형 사업장 노조도 임금·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하면서 김이 빠졌다. 6일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 참여 인원도 2만여 명으로, 지난달 전국노동자대회(9만여 명) 때보다 훨씬 적었다.

결정적인 '한 방'은 더불어민주당의 독자 행보였다. 민주당은 8일 정부·여당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전격 수용한다고 공표했는데, 화물연대는 "논의된 바 없다"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마저 돌아서자 화물연대는 사실상 '외딴 섬'이 됐다. 국회가 움직여주지 않는다면 3주 남은 안전운임제 일몰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는 화물연대 파업의 이유였다.

파업 장기화에 조합원 경제적 어려움 호소도

화물연대 총파업 철회 여부 결정 조합원 대상 찬반 투표가 열린 9일 오전 광주 광산구 진곡산단 내 화물연대 광주본부 주차장에서 조합원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파업이 길어져 내부 균열도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8일 만에 끝난 올해 6월 파업과 달리 이번 파업은 16일간 계속됐다. 경제적인 타격이 가시화하면서 이탈 인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날 파업 종료 찬반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은 전체의 13.67%에 불과했다. 한 조합원은 "차량 가격만 2억5,000만 원인데 매달 유지비에 보험료까지 고정비용만 400만 원이 넘는다"며 "엄청나게 큰 고통을 감수하면서 파업에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업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고유가·고금리·고물가의 팍팍한 경제 상황에서 '국민 안전을 위한 파업'이라는 화물연대의 명분이 설득력을 잃은 탓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6~8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파업 관련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1%는 '우선 업무 복귀 후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지낸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는 "정부가 냉정하고 치밀하게 대응했고, 양측 모두 무리한 행동 없이 파업이 마무리됐다"며 "앞으로는 화물운송 시스템에 대한 폭넓은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 공론화하고 국민 합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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