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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맏딸과 재벌 맏아들의 '세기의 결혼'...34년 만에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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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맏딸과 재벌 맏아들의 '세기의 결혼'...34년 만에 끝나

입력
2022.12.06 19:00
수정
2022.12.07 02:2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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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위자료 1억·665억 재산 분할 '이혼' 선고
노소영 관장 미국 유학 시절 3년여 연애 끝 결혼
최태원 회장 특사 후 "내연녀·혼외자 있다" 공개

고 최종건 SK창업주의 부인 노순애 여사 발인식이 열린 2016년 1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따로 참석한 노소영(왼쪽 사진)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고 최종건 SK창업주의 부인 노순애 여사 발인식이 열린 2016년 1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따로 참석한 노소영(왼쪽 사진)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세기의 결혼'이라고 불렸던 최태원(62)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1) 아트센터 나비 관장 부부의 인연은 '세기의 이혼'으로 결말이 났다.

민주화 운동이 치열하게 진행되던 1980년 서울대에 입학했던 노 관장은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유로 '괴수의 딸'이라는 플래카드가 캠퍼스에 붙는 등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윌리엄 앤 메리대를 나와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전공하던 그는 1985년 최 회장과 처음 만나 3년 넘게 열애한 끝에 1988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결혼했다.

현 SK그룹의 기틀을 다진 고 최종현 회장의 맏아들인 최 회장과 당시 현직 대통령의 맏딸의 결혼으로 세기의 결혼이라 불렸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연애 당시 서로의 신분을 잘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애 시절 노 관장과 최 회장은 5만 원짜리 금반지를 서로 나눠 낄 정도로 소박하고 풋풋한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두 사람은 1989년에 장녀 윤정씨와 1991년 차녀 민정씨, 그리고 1995년 장남 인근씨 등 1남 2녀를 낳아 길렀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사법 당국의 수사를 받으며 결혼 생활이 순탄하게 이어지지 않았다.



부부 모두 검찰 수사로 순탄치 않은 결혼 생활

회계사기 등 혐의로 구속 수감됐던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2003년 9월 보석으로 석방돼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경기 안양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박서강 기자

회계사기 등 혐의로 구속 수감됐던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2003년 9월 보석으로 석방돼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경기 안양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박서강 기자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외화 밀반출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외화 밀반출 혐의는 무혐의 종결처리됐고, 3,000만 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반지 세트를 뇌물로 받은 혐의에 대해선 인사 청탁 대가라는 점을 알고 되돌려 주었다는 점을 인정받아 수사망에서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최 회장이 2003년 회계사기, 2013년 횡령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수감 생활을 하게 됐다. 아내 노 관장은 최 회장이 처음 영어의 몸이 됐을 때는 일주일에 세 번씩 면회하고, 공판 때도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2013년 9월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최 회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선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기도 했다.

겉보기엔 이렇게 애틋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최 회장 수감 이전부터 틈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잦은 의견 대립으로 다툼이 잦았고, 애정 전선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최 회장은 2013년 초 이혼 소송을 준비했다. 하지만 수감되면서 이혼 송사가 미뤄졌다.



광복절 특사 직후 '내연녀·혼외자' 공개 편지

최태원(왼쪽 사진) SK그룹 회장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2020년 4월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첫 변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최태원(왼쪽 사진) SK그룹 회장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2020년 4월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첫 변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수감 시절 마음을 굳힌 듯 최 회장은 2015년 8월 광복절을 맞아 '국가경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사면을 받자마자 노 관장과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석방된 지 넉 달 만인 같은 해 12월 한 언론사에 "내연녀와 혼외자가 있다. 부인(노 관장)과 결혼 지속이 어렵다"는 취지의 편지를 보낸 것. 당시 특사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창조경제'에 힘써 달라는 뜻으로 특사 대상에 포함했다"면서 "그런데 풀려나자마자 공개적으로 부적절한 연애를 공표해 청와대에서도 어이없어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수년 동안 최 회장의 옥바라지를 해왔던 노 관장에 대한 동정 여론이 커지는 반면, 최 회장은 현모양처를 버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SK 속사정에 밝은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 회장은 내연녀와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싶어 그렇게 공개한 것"이라며 "자신이 지키고 있던 가정을 버린 최 회장에게 배신감을 느낀 노 관장은 곱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후 지루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노 관장의 이혼 반대에 부딪혀 조정에 이르지 못하고 합의 이혼에 실패했다. 이듬해 최 회장은 이혼 소송을 제기해 5년 동안 이어진 송사 끝에 34년 동안 이어진 부부의 연을 끊게 됐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부장 김현정)는 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이혼한다"며 위자료 1억 원을 책정하면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 665억 원을 분할하라"고 선고했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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