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배우 오나라, 내면의 열등감 고백 [인터뷰]

오나라가 '압꾸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쇼박스 제공

나 연극영화과 안 나오고 무용과 나왔다고 무시당할까 봐 공부 엄청 하는 거 알지?

배우 오나라가 tvN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서 했던 대사다. 무용과를 졸업한 그는 이 말에 자신의 진심이 담겨 있다고 했다. 열등감, 부족함을 느낀다는 오나라는 자신의 승부수가 진정성과 인간미라고 했다. 그의 진심은 '압꾸정'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오나라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영화 '압꾸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압꾸정'은 샘솟는 사업 아이디어로 입만 살아있는 압구정 토박이 대국(마동석)이 성형외과 의사 지우(정경호)와 손을 잡는 이야기를 다뤘다. 오나라는 성형외과 상담 실장 미정 역을 연기했다.

오나라가 반한 소재

오나라가 '압꾸정'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쇼박스 제공

오나라가 '압꾸정'을 접하고 했던 생각은 '성형을 소재로 만든다고? 여배우가 나온다고? 이슈가 될 텐데'였다.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소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느꼈단다. 오나라는 "소재가 분위기를 부드럽게 연결시켜주는 감초 같은 역할을 하더라. 존재감이 뚜렷해 재밌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미정에 대해서는 "대국과 지우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 역할이었는데 그냥 소비되고 마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잘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압꾸정'을 향한 애정을 품고 만난 미정은 미스터리한 캐릭터였다. 오나라는 "미정이 말솜씨가 좋고 제스처가 크다. 표현이 큰 사람들은 내적으로 뭔가를 감추고 있거나 신비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미정이가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정이 여자 대국 같았다고도 했다. "난 너무 드러내서 탈"이라는 말로 미정과 자신의 차이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오나라의 대학생 시절, 그리고 압구정

오나라가 과거를 회상했다. 쇼박스 제공

오나라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미정과 닮았다는 말을 해주기도 했다. 미정이 인싸(인사이더)인데 오나라 또한 밝은 에너지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오나라는 "미정은 대놓고 인싸였기 때문에 내가 가진 에너지를 아낌없이 표현했다. 미정에게 주변인들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심이 있는 듯하다. 사람들을 재밌게 해주려고 하는 모습들이 있는데 그런 게 나와 닮은 듯하다"고 전했다. 화려한 화장, 옷이 인기를 끌던 2000년대 초반을 떠올리며 미정의 외면을 완성했다고도 말했다.

안양에서 자랐던 오나라는 과거 압구정에 가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안양에서 압구정까지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반이 걸렸다. 큰맘 먹고 와야하는 곳이었다. 잘 꾸민 예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장소라고 생각했다. 그쪽 사는 사람일수록 수수하게 하고 다니는데 난 한껏 꾸미고 갔다"고 했다. 당시 압구정에서 길거리 캐스팅을 당하거나 누군가 번호를 물어본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학생 때는 쪽지가 난무했다. 연락처를 쪽지로 주고 가곤 했다. 대학생 때 한 무더기 받았다"고 말했다.

마동석·정경호와 마음껏 놀아본 오나라

오나라가 마동석 정경호와의 호흡에 대해 이야기했다. 쇼박스 제공

오나라는 '압꾸정'을 촬영하면서 "마음껏 놀아봐라"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했다. 멍석을 깔아준 곳에서 만난 마동석 정경호는 베테랑이었다. 오나라는 마동석에 대해 "스펀지 같다. 마동석화한다. 내게 돌아오는 게 굉장히 들어보지 못한 박자 포인트 그루브다. 티키타카가 너무 짜릿하게 만든다. 현장에서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정경호와 관련해서는 "리액션이 좋다. 형, 누나가 웃기려고 하면 빵빵 터져준다. 그러다 보니 많은 것들이 나오더라"고 이야기했다.

오나라는 마동석 정경호와의 논의에서 "우리끼리만 재밌는 걸 하지 말자"는 말이 나왔다고 밝혔다. "작정하고 웃겨야겠다고 마음먹으면 관객들의 반응이 없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때 재밌어하는 걸 느꼈다"는 게 여러 차례 코미디 연기에 도전해왔던 오나라의 설명이다. 그는 '관객들도 재밌게 볼까'라는 생각을 하며 냉정하게 판단했고 '압꾸정'에는 가장 좋은 장면들만 남게 됐다고 했다. 오나라는 많은 고민을 거쳐 선보이게 된 '압꾸정'이 '완성도 높은 코미디 영화'라고 했다.

오나라의 진정성

오나라가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쇼박스 제공

'압꾸정' 개봉을 앞두고 오나라에게는 한 가지 기쁜 일이 있었다. 그는 지난 25일 제43회 청룡영화상에서 '장르만 로맨스'로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당시 오나라는 무대에 올라 "예상 못 하고 왔다"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나라의 수상에 벅찬 감정을 느꼈던 사람은 그 외에도 또 있었다. 오나라는 연인인 뮤지컬 배우 출신 연기 강사 김도훈을 언급하며 "오열했다고 하더라. (시상식을) 후배분이랑 같이 순댓국집에서 TV로 봤다고 들었다"고 했다.

배우로서 늘 꽃길만 걸었을 듯한 오나라지만 그에게도 힘들었던 순간은 있었단다. 오나라는 "난 연극영화과를 나오지 않은 배우다. 열등감,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연기에 진정성과 인간미를 담아내고자 노력한다는 그는 "코미디를 해도, 장르물을 해도 진심으로 한다. 애드리브도 공부해서 한다"고 말했다. 오나라의 열정은 그의 이어질 성장을, 그리고 '압꾸정'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압꾸정'은 지난달 30일 개봉했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