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파워 국제 신평사]
미국 철도 확대 계기로 회사채 등급 매겨
1975년 3대 신평사만 인가, 독과점 심화
한국은 1986년부터 신용등급 평가 대상
3대 국제 신용평가사(신평사)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의 역사는 100년을 넘는다. 신용평가시장의 태동은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미국 전역에 깔리기 시작한 철도와 관련 깊다. 당시 우후죽순 생긴 신생 철도회사는 은행 대출로만 구하기 어려운 철로 건설자금을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했다.
주로 유럽에 있던 '큰손 투자자'들은 채권을 새로 발행하는 철도회사가 건실한 기업인지, 부도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존 무디가 1900년 설립한 무디스는 투자자가 원하는 정보를 간파하고, 1909년 철도 회사채 신용등급을 매긴 ‘철도 투자 분석’을 발간했다. 이 책자는 최초의 신용등급 평가로 여겨진다.
S&P는 1906년, 1913년 각각 출범한 스탠더드스태스틱스, 푸어스퍼블리싱이 신용등급을 발표하다가 1941년 합병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피치는 1913년 설립 후 1924년부터 신용등급을 매기기 시작했다.
신평사가 막강한 권력을 획득한 건 기업, 금융기관 부실이 심화한 1970년대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기업 도산 중 하나인 철도운송회사 '팬 센트럴'이 1970년 부도를 내자, 미국 금융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연쇄 부도가 일어나면서 신용평가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1950~60년대 미국 기업이 잘나갈 때만 해도 찬밥 신세였던 신평사에 기회가 찾아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1975년 도입한 국가공인신용평가기관(NRSRO)제도는 신평사에 날개를 달아줬다. 미국 정부가 공적 권위를 부여한 신용평가를 활용하려는 기업이 크게 늘었고, 국가공인 신평사로 지정된 무디스, S&P, 피치 등 3대 신평사의 과점 체제도 본격화했다.
후발주자였던 피치는 3대 신평사로 묶이긴 했지만 무디스, S&P에 평가 기관 수, 매출액 등이 뒤처져 있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중소형 신평사를 대거 사들이면서 시장 점유율을 25%까지 끌어올렸다.
국가 신용등급 평가는 1980년대 성장했다. 3대 신평사의 국가 신용등급 평가는 선진국 중심이었다가 1980년대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한 중남미, 아시아 국가로 확대했다. 한국은 1986년 무디스, 1988년 S&P가 각각 위에서 여섯 번째, 다섯 번째인 A2, A+ 등급을 주면서 신평사의 평가 대상에 올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