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부터 제주·세종서 컵보증금제
제도 허점 많고 영업손실 우려 커
제주 프랜차이즈 점주 강력 반발
다음 달 2일부터 제주와 세종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사진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홍보물들. 김영헌 기자
"이게 나라에서 한다는 제도가 맞는지 모르겠다. 동네 구멍가게도 이렇게는 안 한다."
25일 제주시 도심에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커피점 점주 김상훈(가명)씨는 내달 2일부터 제주에서 시행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씨는 “업소 주변에만 커피점이 20∼30개가 되는데, 보증금제가 적용되는 업소는 한두 군데에 불과하다”며 “보증금이 붙어서 음료가격이 올라가고, 컵도 씻고 반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데 누가 보증금제 시행업소를 찾겠느냐”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제도를 완벽하게 준비해도 모자랄 판에 허점투성이 제도를 무조건 하라고 하면 누가 하겠느냐.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반발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할 때 소비자에게 보증금 300원을 부과하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적용 대상은 ‘가맹점이 100개 이상인 커피·음료·제과제빵·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가운데 환경부 장관이 정하는 사업자다. 당초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지난 6월 10일 전국적으로 시행하려 했지만, 카페 가맹점주들 반발로 시행시기를 미뤘다. 결국 제주와 세종을 선도지역으로 선정해 다음 달 2일부터 시행한다.
하지만 제도 준비작업과 홍보 부족으로 점주들 불만이 상당히 크다. 이 때문에 제주지역 프랜차이즈 점주들로 구성된 제주프랜차이즈점주협의회(가칭)는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제도 시행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14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프랜차이즈점주협의회(가칭)가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 달 2일부터 제주·세종에서 시행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해 "형평성 없는 제도 시행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제주에선 전체 커피점 3,300여 개의 13% 정도인 437개 매장이 제도 시행 대상이었지만, 이 중에서 다회용컵 보증금제를 이미 도입한 매장을 제외하면 355개 매장이 대상이다. 전체 커피점의 10% 정도를 대상으로 한 제도가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협의회 측 주장이다. 또한 프랜차이즈 업체들보다 매출이 더 많은 개인 카페나 관광지 대형 카페 등은 이번 제도 시행에서 제외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점주들이 우려하는 가장 큰 문제는 제도 시행에 따른 영업손실이다. 시행 대상업체는 대부분 중저가 프랜차이즈 커피점으로,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하지만 음료 구입시 일회용컵 보증금 300원이 음료 가격에 포함되면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게 된다. 또 한두 명이 근무하는 영업방식 때문에 고객이 많이 찾는 시간대에 일회용컵 반납 요청이 몰리면, 음료 제공시간이 길어지는 등 서비스 질도 떨어질 우려가 있다. 씻지 않은 컵이나 훼손된 컵을 반납하는 등 보증금 반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객과의 갈등도 점주들에게는 부담이다.
오정훈 제주프랜차이즈점주협의회 대표는 “당장 제도 시행이 코앞인데도 지금까지 환경부나 제주도 관계자로부터 연락 한번 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제도 시행을 거부하면 과태료 300만 원이 부과된다는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며 “정부가 아무런 대책 없이 점주들 희생만 강요한다면 제주지역 100여 개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제도 시행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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