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2.75%p 인상한 결과
주담대 변동금리 5% 실종될 듯
회사원 이모(33)씨는 최근 마이너스통장(마통)을 처분하고 회사가 지원하는 저금리 생활자금대출로 갈아탔다. 마통으로 3,500만 원을 당겨쓰고 있었는데, 금리가 연 6.08%로 오르면서 월 7만 원이었던 이자가 11만 원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마통 금리가 수시로 바뀌긴 하지만, 6%를 웃돈 이후엔 금리 변동이 공포가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출 갈아타기도 쉽지 않았다"며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경쟁이 굉장히 치열해졌다"고 전했다.
사실 이씨의 마통 금리는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한다. 24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마통 금리는 6.68~7.98%에 달한다. 이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조만간 하단은 7%, 상단은 8%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모가 큰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이날 5.31~7.17%로 나타났다. 금리 하단이 아직 5%에 머무는 것처럼 보이지만, 뜯어보면 6%를 돌파한 은행이 2곳이고, 5% 중후반을 넘긴 곳이 2곳이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분을 반영하면 대부분의 은행에서 5% 주담대는 실종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은은 높은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총 2.75%포인트 인상했다.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두 번이나 밟은 탓에 상승폭이 컸다. 그만큼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도 빠르게 늘었다.
3분기말(9월) 가계대출 잔액 1,756조8,000억 원에, 같은 기간 은행·비은행 변동금리 대출 비중 추정치(74.2%)를 대입하면 1년 3개월 동안 이자 부담은 산술적으로 36조 원이 늘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1인당 이자 부담은 연 180만4,000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6만4,000원 증가한다'는 한은 분석에 대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경제 주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거라 예상하면서도 추후 고통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인 것은 긍정적인 효과"라고 밝혔다. 그는 "물가가 잡힌 이후에도 중장기적으로 가계대출을 줄이도록 미시적, 거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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