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러브' 완장 옐로카드 가능성 언급하자 뜻 꺾어
대신 '차별 반대' 공식 완장으로 통일
국제축구연맹(FIFA)의 반대로 동성애를 포용하자는 의미의 '원 러브' 완장을 차지 못하게 된 잉글랜드, 네덜란드, 웨일스 주장 3인방이 팔뚝에 '차별 반대'라고 쓰여진 FIFA 공식 완장을 대신 찼다. 규정에는 어긋나지 않은 채 인권 논란이 불거진 카타르에서 그 누구도 차별하지 말자는 목소리를 에둘러 낸 것으로 해석된다.
21일(현지시간) 카타르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잉글랜드 주장 해리 케인(29)과 네덜란드 주장 버질 판데이크(32), 웨일스 주장 개러스 베일(33)은 팔뚝에 '차별 반대(no discrimination)'라고 쓰여진 완장을 차고 나왔다.
당초 이들 나라를 포함한 유럽 7개국 주장들의 팔에는 무지개 색으로 채워진 하트와 함께 '원 러브'라고 적힌 완장이 채워질 예정이었다.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원 러브' 캠페인은 2020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 앞서 차별에 반대하고 다양성, 포용을 촉진하기 위해 시작됐다. 그래서 선수들은 이번 월드컵이 동성애를 처벌하는 등 다양한 인권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카타르에서 열리는 만큼 완장 착용을 통해 무언의 항의를 하려했다.
이들을 막은 건 FIFA였다. FIFA 규정에 따르면 주장이 착용하는 완장은 FIFA가 제공한 것이어야 하며, 정치적·종교적 내용이 포함된 것은 착용할 수 없게 돼있다. 즉 원 러브 완장이 규정에 어긋난다고 본 것이다.
선수들은 과태료를 감수하고서라도 원 러브 완장을 차겠다는 입장이 확고했지만, FIFA는 잉글랜드 경기 전 해당 완장을 착용할 경우 옐로카드를 주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결국 7팀은 뜻을 꺾었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FIFA가 완장에 대한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명확히 말했다"며 "선수들이 제재를 받도록 내버려 둘 수가 없어 완장을 차지 말아달라 요청했다"고 밝혔다.
주장들은 대신 FIFA가 내놓은 자체 완장 중 '차별 반대'를 택했다. FIFA는 유네스코,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가 참여한 완장 캠페인을 지난 19일 발표하고, 대회 단계별로 정해진 문구의 완장을 차자고 독려한 바 있다. 유럽 주장들이 택한 '차별 반대'는 8강에 쓰일 완장이었다.
경기 후 케인은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우리는 실망했다. 나는 어제 (원 러브) 완장을 차고싶다고 말했는데, 오늘 결국 FIFA의 공식 완장을 차게 됐다"면서 "오늘 경기에 집중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 중요하지만, 나는 잉글랜드축구협회(FA)와 FIFA가 이런 토론을 계속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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