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가 현재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한낮의 기온은 30도를 훌쩍 넘고, 자외선 또한 강렬하다. 낮 시간에 잠시만 건물 밖을 돌아다녀도 땀이 온몸을 적신다. 그래서 수분 흡수는 필수. 외출을 하면 항상 물병을 들고 다니게 되는데 이동하는 차 안에서 유심히 보니 한국에서 마셨던 생수와 뭔가 다른 생소한 문구가 적혀 있다.
‘Low Sodium'. 말 그대로 번역하면 ‘저함량 나트륨’ 또는 ‘저염분’이다. 낯선 표현이 또 보였다. ‘Bottled Drinking Water’. 이 역시 직역하면 ‘병에 담긴 식수’라는 뜻이다. 우리가 한국에서 흔히 마시는 생수에는 ‘미네랄 워터’ 또는 ‘내츄럴 워터’라고 적혀있는데 무슨 차이일까.
카타르에서 판매되는 ‘Drinking Water’는 엄밀히 말하면 바닷물이다. 해수 담수화 시설을 통해 염분을 걸러내고 식수로 만든 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이 마시기에 적합할 만큼 염분을 걸러낸 물은 ‘저염분’ 표시를 달고 판매가 되는 것이다. 0.0003%보다 적은 염분이 함유된 경우에만 ‘저염분’ 표기를 할 수 있다. 사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생수와 해외 유명 생수에도 나트륨은 들어 있다. 그럼에도 바닷물과는 달라 카타르는 염분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고 한다.
1년 내내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호수도, 강도 없고 지하수도 귀하디 귀한 카타르에서 280만 명에 달하는 전 국민이 씻고 마실 수 있는 물을 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월드컵 경기장의 초록 잔디와 시내 곳곳의 공원에서 식물에 뿌리는 물 역시 염분을 크게 줄인 바닷물이다. 각 가정으로 들어가는 수돗물 역시 해수 담수화 시설을 통해 염분을 걸러낸 물이다.
하지만 병에 담겨 판매되는 물보다는 염분이 높아 한국 교민들은 요리할 때 잘 사용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샤워 후에도 개운하지 않고 뻑뻑한 느낌이 나서 별도의 필터를 설치하는 가정도 많단다.
'물병에는 아직 물이 두어 모금 남아 있었다. 노인은 새우를 먹고 나서 반 모금쯤 물을 마셨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홀로 조각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간 노인이 주변에 온통 물뿐인 바다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물을 마음껏 마시지 못하는 신세를 묘사한 부분이다. 바닷물로 만들어 조금은 질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카타르에서는 석유보다 귀한 물이 아닐 수 없다.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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