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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시청자는 왜 풍경 장면만 나오면 건너뛸까

입력
2022.11.17 16: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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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시간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콘텐츠를 빨리 돌려 보거나 건너뛰며 보는 게 일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시간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콘텐츠를 빨리 돌려 보거나 건너뛰며 보는 게 일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배속·스킵(건너뛰기) 시청하는 경향은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신간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은 '빨리 감기' 현상을 분석한 일본 칼럼니스트 이나다 도요시의 책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영상물의 재생 속도를 높여 빠르게 돌려 보거나 일부 내용을 건너뛰고 보는 현상에 담긴 거대한 사회적 변화의 흐름을 포착해냈다.

'빨리 감기' 현상의 배경에는 우선 영상물 공급 과잉이 있다. OTT 시대를 사는 젊은 세대에게 영상은 감상하는 '작품'이 아닌 소비할 '콘텐츠'일 뿐이다. 또 '시간 가성비'를 추구하는 이가 늘었다. 저자는 특히 1990년대 후반 이후 출생한 Z세대의 출현에 주목한다. 부모의 상냥함이 미덕이 된 사회에서 자란 Z세대는 실패에 대한 내성이 약하다. 이들에게는 '재미없는 작품을 만나 시간 낭비하는 일'마저도 경험하고 싶지 않은 하나의 실패다. 더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가장 중요한 소통 도구인 Z세대는 개성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더 많은 콘텐츠를 '가성비 좋게' 봐야 한다. 요약본을 시청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작품 제작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대사 아닌 비언어적 수단으로 표현하는 '셔레이드' 기법보다는 대사로 일일이 설명하는 전개가 환영받는다. 예능·교양 프로그램의 경우 시청자가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빼곡한 자막을 넣는다.

젊은 세대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경제, 심리, 인간관계, 가치관 등 다양한 렌즈로 살펴봐 세대에 대한 종합적 진단서로도 읽힌다. 젊은 세대의 콘텐츠 시청 습관 변화에 미디어 업계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콘텐츠 산업 관계자들에게 많은 질문거리를 던지는 책이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나다 도요시 지음·황미숙 옮김·현대지성 발행·232쪽·1만5,500원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나다 도요시 지음·황미숙 옮김·현대지성 발행·232쪽·1만5,500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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