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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동의 없는 명단 공개' 법적 책임은…"유족, 위자료 청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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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동의 없는 명단 공개' 법적 책임은…"유족, 위자료 청구 가능"

입력
2022.11.16 00: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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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매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름 공개 논란
개인정보보호법·사자명예훼손 형사처벌 어려워
유출 공무원,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적용 가능성
유족, 위자료 청구 가능… "언론 공공성 쟁점될 듯"

이태원 핼러윈 참사 피해자 명단을 인터넷 매체와 유튜브 채널이 유족 동의 없이 공개하면서 법적 책임 여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대체로 형사 책임을 묻긴 어렵지만, 유족 의사에 따라 민사소송은 제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추모꽃이 놓여 있다. 뉴스1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추모꽃이 놓여 있다. 뉴스1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15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 명단을 공개한 '시민언론 민들레'와 '시민언론 더탐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도 이날 명단을 유출한 공무원의 행위가 공무상비밀누설에 해당한다며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민들레와 더탐사 측은 13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름을 공개하는 게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며 명단을 공개했다. 그러나 일부 유족이 명단 공개 직후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현재 10여 명의 이름은 삭제됐다.

정보통신망법상 '사망자'도 '타인' 범주에 들어가…'비밀'인지가 쟁점

개인정보보호법에선 '살아 있는 개인정보'를 유출한 행위를 문제 삼기 때문에, 해당 매체가 개인정보법에 의해 형사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진 않는다.

다만 '사자(死者)'에 대한 개인정보 유출 행위와 관련해 형사 책임을 인정한 판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2007년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 및 김해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의 사망자 명단과 생년월일을 인터넷 메신저로 주고받은 신용정보주식회사의 채권관리자와 그의 지인에 대해 벌금 300만 원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9조에 명시된 '타인의 정보'에 사망자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5일 밤. 시민들이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5일 밤. 시민들이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정보통신망법상 쟁점은 민들레와 더탐사의 명단 공개 행위를 '타인의 비밀' 공개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타인의 비밀'은 사회통념상 단순 정보를 넘어 비밀로서 보호받아야 할 내용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민들레와 더탐사의 경우 희생자 이름만 공개하고 성별이나 거주지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명단 공개가 '공공의 알 권리'와 '공익성' 범주에 포함되는지도 쟁점이다. 법원은 공인이나 공적으로 중요한 사건의 경우, 당사자 의사에 반하더라도 공공의 알 권리 차원에서 보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희생자를 조롱하거나 모욕하려는 게 아니라 추모 목적으로 명단을 공개했다면 형사 책임을 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사망자 명단을 유출한 사람은 형사 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다. 한 부장판사는 "매체에서 명단을 입수하는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유출자 책임이 없을 수 없다. 유출한 곳이 공공기관이라면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족,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물을 수 있어…민사상 불법행위로 인정될 소지 커

유족이 해당 매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이나 위자료 청구 등 민사소송을 직접 제기할 경우 받아들여질 여지는 있다. 유족 동의 없이 희생자 이름이 공개된 만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따른 위자료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법원은 2019년 인터뷰 거절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미혼모 여성의 사연을 박사학위 논문에 쓴 저자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류하경 변호사는 "법원은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선 언론이라는 이유로 허용해주지 않는다"면서 "희생자 이름이 알려져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고 유족들 입장에선 불안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원치 않은 실명 공개는 불법 행위로 볼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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