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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자폐진단, 월 600만원의 '센터 뺑뺑이'가 시작됐다

입력
2022.11.12 12:00
수정
2022.11.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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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발달장애 가족 릴레이 인터뷰⑨
경기도의 자폐아 엄마 민현정씨

편집자주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1,071명의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광역지자체별 발달장애 인프라의 실태를 분석해 인터랙티브와 12건의 기사로 찾아갔습니다. 기사에 다 담지 못한 설문 응답자들의 개별 인터뷰를 매주 토, 일 게재합니다. 생생하고, 아픈 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영화 '말아톤'(2005년 개봉)의 주인공이자 자폐스페트럼 장애인 '초원'의 모습. 영화사 제공

경기도에서 자폐성 장애를 가진 6세 남자아이를 키우는 민현정(가명)씨의 일주일 일정표는 빈틈없이 빼곡하다. 민씨의 아이는 응용행동분석(ABA) 집중 치료부터 언어치료, 인지치료, 특수체육치료, 미술치료 등의 재활 서비스를 받는다. 듣는 수업만 20개, 다니는 센터도 5곳에 달하는 '센터 뺑뺑이'다.

민씨는 "지난해까진 다른 먼 지역으로도 갔는데, 올해부턴 힘들어서 집 인근의 기관으로만 다닌다"고 말했다.

힘들어서 조금 줄이기 전까지, 아이의 재활 치료에 들어간 비용은 월 600만 원. 경제력과 부모의 노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는 비용과 재활과정이다. 발달장애(지적·자폐성)는 조기에 재활치료를 시작할수록 예후가 좋다는 게 정설이며, 최근엔 아예 만 3세 전 치료를 시작해야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하지만 대다수의 발달장애 가정은 이를 알고도 '최상의 재활'을 아이에게 제공할 수 없는 현실에 가슴을 친다.

진입창구를 알려주는 곳은?

발달장애 가족들은 5, 6세까지를 '골든타임'이라고 여겨 재활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신경의학자 올리버 색스의 '화성의 인류학자'에도 이런 문장이 나온다. "사실 자폐의 역사는 여러 가지 돌파구를 찾으려는 필사적인 노력과 맥을 같이한다."

민씨도 마찬가지다. 입소문이 난 재활·치료센터라면 서울이고 지방이고 가리지 않고 찾아 다녔다. 그는 "등록을 위해 미친 듯이 전화를 걸고 대기가 풀리기만을 기다렸다"면서 "주변 부모들과 나누는 대화도 오직 '효과 있는 센터가 어디냐' '누가 어디서 말이 트였다더라'라는 내용"이라고 했다. 모두 돌파구를 찾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이다.

아이의 치료나 교육 계획은 오직 민씨의 가족들이 세워야 했다. 민씨는 "그저 막막했다. 온라인에 올라온 정보와 몇 권의 책이 다였다"며 "외국에선 한 기관에서 관리해주는데, 우리는 정말 '너희들이 알아서 알아봐라'라는 식"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발달재활서비스의 진입창구 역할을 하는 대표 기관을 설치, 여기서 개인의 서비스 계획을 세우고 안내·연계한다. 한국에도 광역 지방자치단체마다 있는 발달장애지원센터에서 발달장애인 개인별 지원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지만, 관련 인력은 고작 75명에 그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21년 기준 전체 발달장애인 인구의 단 0.6%(697건)만 이 제도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 소아심리검사(발달·인지검사) 일정이 꽉 찬 일정표가 붙어 있다. 대학병원 임상심리사에게 발달검사를 받으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수개월 대기가 필요하다. 비용 역시 일부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십만 원을 호가한다. 단적으로 종합검사인 풀배터리 검사는 40만~50만 원이 든다. 최나실 기자


재활치료 표준수가 없어, 부르는 게 값

발달재활서비스의 각자도생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민씨는 "ABA의 경우 오전에 2~3시간, 한 달에 총 4번 수업을 듣는데 400만 원을 낸다"면서 "400만 원을 들여도 15시간 안팎이니 (발달장애) 가족들은 주 40시간을 채우려고 다른 기관에 또 등록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의 가족은 이렇게 아들의 센터비용으로만 지난해까지 월 600만 원을 썼고, 올해는 매달 350만 원을 쓰고 있다.

표준수가가 정해져 있지 않아 상승폭이 큰 센터 비용이 고민이지만, 어디다 얘기할 수도 없다. 그는 "부모는 을(乙)이라 등록만 해주면 감지덕지다. 가격에 대해 어떻게 불평을 하겠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보건복지부가 만 18세 미만 장애 아동·청소년 가정에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를 지원하지만, 소득에 따라 지원액은 월 14만~22만 원 수준(내년부터는 최대 25만 원)이다.

비용에 더해 교육의 내용도 꼼꼼히 따지지 못한 채 그저 믿고 아이를 보내야 한다는 점도 부모를 괴롭힌다. 민씨는 아들이 다니는 재활센터에 대해 "비싼 비용을 내도 폐쇄회로(CC)TV는커녕 문을 닫고 신문지로 창문을 다 가려놓는다"면서 "제대로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인데 많이 불안하다"고 했다.

(관련기사: "문 닫고 부모에게 개입하지 말라"고...검증 안 된 발달재활 기관들 ▶클릭이 되지 않으면 이 주소로 검색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0610150002317)

그러면서 "주변에서도 사정이 비슷한 엄마들이 모이면 다 '이건 뭔가 아닌 것 같아'라고 얘기하면서도 거기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민씨의 목표는 아이를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초등학교에 진학시킬 수 있을 만큼의 재활을 이루는 것이다. 이는 민씨뿐 아니라 대다수 미취학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목표이기도 하다. 또래 아이들 사이에 섞여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을 정도의 발달상태를 위해 매일 센터를 전전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염려가 된다.

민씨는 작은 바람을 말했다. "초등학교에 가면 분명히 따돌림을 당하겠죠? 해코지를 당하면,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집에 와서 말할 수 있기만 해도 좋을 텐데…."

▶인터랙티브 바로가기: 클릭하시면 1,071명 설문조사 결과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이 되지 않으면 주소(interactive.hankookilbo.com/v/disability/)를 복사해서 검색창에 입력해주세요.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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