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설치 후 일본 총리 나서 강한 반발
철거→보류 곡절… "소녀상 매우 소중"
독일 베를린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 위기에서 벗어났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상징하는 기념물이다.
소녀상을 관할하는 베를린 미테구의 슈테파니 렘링어 구청장은 9일(현지시간) 구의회 문화분과위원회 회의에서 "소녀상에 대한 설치 허가를 2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테구 모아비트 지역 비르켄가에 있는 소녀상의 설치 기한은 지난 9월 28일이었다. 2020년 9월 설치된 소녀상은 독일 공공부지엔 처음으로 세워진 것이자, 전쟁범죄 가해국인 독일 수도 한복판에 자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소녀상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설치 직후부터 일본 정부가 독일 측에 철거를 집요하게 요구하고, 시민단체는 이에 반대하면서 '철거와 존치' 결정이 수시로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소녀상 철거를 위한 일본 정부의 압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4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철거를 직접 요청했다고도 알려졌다. 일본 등 극우 단체들의 시위∙공격도 적지 않았다. 올해 6월 말엔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 한국의 극우 인사들이 소녀상 철거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존치를 결정한 미테구는 소녀상을 거점으로 전시 성폭력 피해 문제를 부각하는 기념물을 공모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소녀상을 평화∙인권 교육의 중심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렘링어 구청장은 "나는 소녀상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소녀상을 세운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을 소녀상에 대한 영구 존치 수순으로 해석하고 있다.
분과위 회의에선 소녀상 의미를 되새기는 발언도 나왔다. 사회민주당 소속 아납 아왈레 사회민주당 미테구의원은 토론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볼 수 있듯 전시 성폭력 문제는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소녀상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논의하고 교육할 기회가 생겨서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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