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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들의 우울한 60번째 생일... "지원은 말뿐, 책임만 묻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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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들의 우울한 60번째 생일... "지원은 말뿐, 책임만 묻나"

입력
2022.11.10 00: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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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돌 소방의 날... 이태원 참사로 행사 전면 취소
용산소방서장 입건에 소방관 사회 일제히 분노
"인력 확충은 뒷전인데 7만 소방관 희생양 삼아"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소방의 날 60주년 '대한민국과 소방관은 과연 안전한가!'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한 권영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소방지부 수석부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소방의 날 60주년 '대한민국과 소방관은 과연 안전한가!'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한 권영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소방지부 수석부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은 60번째 맞는 ‘소방의 날’이다. 환갑을 축하하는 거창한 행사가 있을 법도 하지만 ‘이태원 핼러윈 참사’ 여파로 모든 일정이 취소됐다. 여기에 현장 구조를 지휘한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의 입건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성대한 잔치는 언감생심이고 자조와 분노만 소방관 사회에 넘쳐 나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된 내부 문건, 보디캠 현장 영상, 소방 무전 녹취록 등을 종합해 최 서장을 입건했다”며 “소방 대응 단계 발령과 관련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최 서장이 인근 5, 6개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 발령을 늦게한 경위가 집중 수사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소방관들은 최 서장의 입건에 강한 분노를 표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이날 낸 성명에서 “일선 지휘관에게 참사 책임을 묻겠다는 건 7만 소방관들을 희생양 삼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 역시 “한 사람(조직)의 잘잘못을 떠나 우리 모두의 잘못이 아닌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소방청 내부망에도 “최 서장에게 책임을 씌우면 앞으로 구조활동을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등의 성토 글이 여럿 올라왔다.

미흡한 초동 대응을 질타하기 전에 상시 인력난 등 정부가 약속한 충원ㆍ지원 계획부터 이행하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참사 당일 현장에 출동한 권영준 서울 중부소방서 소방대원은 전날 노조 기자회견에서 “서울 소방관 7,000여 명 중 119구급대원은 1,000명밖에 안 된다. 근무 들어가면 밥 먹고 차 마실 시간도 없다”며 과로를 호소했다.

그나마 있는 인력도 정신건강 관리를 제때 받지 못해 지쳐가고 있다. 소방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1년 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5만3,980명 중 5.7%(3,093명)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었다고 답했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빈도가 높아 즉시 관리가 필요한 인력도 전체의 4.4%(2,390명)나 됐다.

예산 부족도 매년 국정감사의 단골 소재지만 여전히 제자리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소방청 ‘마음건강 강화 프로그램’ 예산을 매년 50억 원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내년 보건안전지원사업에 책정된 예산은 약 37억5,900만 원으로 올해(35억9,800만 원)보다 고작 1억6,100만 원 느는 데 그쳤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소방청은 중앙부처지만 예산은 공공기관만도 못한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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