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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라틴계, 민주당 집토끼 아냐"... 미 중간선거, 인종장벽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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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라틴계, 민주당 집토끼 아냐"... 미 중간선거, 인종장벽 무너지나

입력
2022.11.07 20: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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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인종 민주당 지지 높지만, 이탈 흐름도 뚜렷
경제난에 돌아선 민심… "민주당, 희망 주지 않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3일 캘리포니아주 오션사이드의 미라코스타 칼리지에서 마이크 레빈 하원의원의 재선을 지원하는 유세를 펼치고 있다. 오션사이드=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3일 캘리포니아주 오션사이드의 미라코스타 칼리지에서 마이크 레빈 하원의원의 재선을 지원하는 유세를 펼치고 있다. 오션사이드=AFP 연합뉴스

미국 연방 상원의원(100명) 3분의 1, 하원의원(435명) 전체와 주지사 36명을 새로 뽑는 중간선거(8일·현지시간)를 코앞에 두고 흑인과 라틴계 등 소수인종 표심이 선거 판세를 결정할 캐스팅보트로 떠올랐다. 소수인종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들어 충성도가 떨어졌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진 탓이다. 공화당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소수인종 후보를 대거 출마시키는 등 ‘인종 투표’ 장벽을 허물려 하고 있다.

흑인들의 민주당 이탈… 격전지 당락 가르나

지난해 1월 5일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라파엘 워녹(왼쪽)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유세장에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 애틀랜타=AFP 연합뉴스

지난해 1월 5일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라파엘 워녹(왼쪽)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유세장에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 애틀랜타=AFP 연합뉴스

6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 정치조사기관 ‘HIT스트래티지스’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흑인 남성 유권자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은 13%로, 올해 1월(9%)보다 4%포인트 증가했다. 4%는 격전지에서 당락을 결정할 수도 있는 숫자다.

조지아주(州)의 사례를 보자. 2018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소속 백인 남성인 브라이언 켐프 현 주지사는 1.4%포인트 차이로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민주당 후보를 꺾었다. 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에 도전한 에이브럼스는 당시 흑인 유권자들에게 약 94%의 몰표를 받았다. 4년 만의 ‘리턴 매치’를 앞두고 지난달 실시된 5건의 여론조사에서 켐프 주지사의 수성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브럼스 후보를 지지하는 흑인 유권자가 83%로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흑인 표심 이탈로 민주당은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민주당 라파엘 워녹 현 의원(49%)과 공화당 허셜 워커 후보(46%)가 격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 위기이고, 공화당으로선 반전을 쓸 기회다. 공화당은 상·하원 선거에 역대로 가장 많은 28명의 흑인 후보를 공천해 흑인 표심 잡기에 공들였다. 테런스 우드버리 HIT스트래티지스 공동 설립자는 “공화당이 새로운 스윙보터를 발견했다”며 “민주당은 (흑인 유권자들에게) 민주당에 투표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지지로 돌아서는 라틴계… 미국 정치도 좌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6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마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지원 연설을 마친 후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마이애미=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6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마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지원 연설을 마친 후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마이애미=AP 뉴시스

미국 인구 5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소수인종 라틴계도 민주당을 떠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중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라틴계 유권자의 63%가 "오늘 하원의원 선거를 한다면 민주당을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공화당 지지율(36%)보다 27%포인트 높았지만, 2018년 중간선거 개표 결과에 나타난 양당 지지율 격차(40%포인트)보다는 줄었다. 척 로차 민주당 전략가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라틴계 투표에서 승리하겠지만, 민주당이 지지자를 공화당에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말했다.

라틴계의 ‘변심’은 라틴계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치명적이다. 퓨리서치센터는 미국 유권자 중 라틴계가 2018년 12.8%에서 올해 14.3%로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캘리포니아주가 흔들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라틴계 유권자의 26%가 캘리포니아에 거주한다. 로차 전략가는 “8년 전 선거에서 공화당은 라틴계 동네를 그냥 지나쳤지만 지금은 스페인어로 선거 광고를 하고 있다”고 짚었다.

경제난에 돌아선 민심… “민주당은 희망 주지 않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내에 중간선거 투표를 독려하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필라델피아=연합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내에 중간선거 투표를 독려하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필라델피아=연합뉴스

소수인종 표심을 가른 결정적 요인은 경제난이다. 지난달 미국 카이저가족재단 설문조사에서 흑인 유권자 4명 중 3명은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등 민생 문제를 최대 걱정거리로 꼽았다. 라틴계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WP 여론조사에서 라틴계 유권자 10명 중 8명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거나 "나쁘다"고 평가했다.

소수인종은 국가적 경제 위기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연구에 따르면 흑인 중위 가구 총 자산은 백인 중위 가구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물가가 오르고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소수인종 가정이 생계비와 주택비 압박을 더 많이 받게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먹고사는 문제보다 소수인종 투표권 제약, 총기 폭력, 이민자 문제 등 이념적 의제에 치중돼 있다는 게 소수인종 유권자들이 설명한 변심 이유다. NYT와 인터뷰한 위스콘신주 주민 아서 리는 “민주당은 절망적 메시지로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든다”며 “희망과 풍요에 관한 메시지를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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