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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부상 날벼락... 신태용 전 국가대표 감독 "벤투 감독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해 뒀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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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부상 날벼락... 신태용 전 국가대표 감독 "벤투 감독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해 뒀을 것"

입력
2022.11.04 07:00
수정
2022.11.04 13:3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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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전지 훈련 중 본보 인터뷰
16강 진출 낙관적이진 않지만
우루과이 전 무승부 거두면 가능성 생겨
빌드업 축구보단 빠른 공수전환 강조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3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성적을 예측했다. 그는 "16강 진출이 낙관적이지 않다"면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를 치른다면 가능성은 40~50%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3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성적을 예측했다. 그는 "16강 진출이 낙관적이지 않다"면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를 치른다면 가능성은 40~50%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파울루 벤투 감독도 분명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해뒀을 거예요.”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신태용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이 3일 손흥민의 부상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손흥민은 2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경기 도중 눈 주위에 4군데 골절상을 입어 4일 수술대에 오른다. 예정보다 앞당겨 수술을 받기로 결정해 회복시간을 하루 정도 더 확보했지만, 월드컵 출전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신 감독은 “(만약 손흥민이 대회에 나설 수 없다면) 팀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며 “벤투 감독을 믿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튀르키예에서 전지훈련 중인 신 감독에게 본선 개막까지 남은 기간 대표팀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준비해야 할 점 등에 대해 물었다.

신 감독은 현재 벤투 감독의 심정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도 4년 전 김민재 김진수 권창훈 이근호 염기훈 등 주전 선수들이 줄부상을 당해 정예 멤버로 본선 무대에 나서지 못했다. 그는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면서 플랜 A, B, C까지 준비해야 했다”며 “감독 입장에서는 불안하고 힘든 시기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하지만 그렇다고 경기를 안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감독은 선수들의 사기와 자신감을 어떻게 끌어올릴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표팀의 고민은 손흥민의 부상만이 아니다. 주전 공격수들의 부진이 길어져 우려를 사고 있다. 황희찬은 울버햄튼에서 충분한 출전시간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고, 황의조는 올림피아코스에서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원 소속팀(노팅엄 포레스트) 조기 복귀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신 감독은 “두 선수가 소속팀에서 선발 라인업에 못 들다 보니 의기소침한 상태일 수 있다”며 “그러나 대표팀에 와서 동료들과 한국말로 소통하고 감독과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다 보면 수월하게 원하는 기량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태용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18년 6월 18일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과의 경기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신 감독은 이날 선수와 감독 생활을 통틀어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뉴스1

신태용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18년 6월 18일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과의 경기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신 감독은 이날 선수와 감독 생활을 통틀어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뉴스1

신 감독은 손흥민의 출전 여부나 황의조, 황희찬의 기량 회복과는 별개로 “한국의 16강 진출이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예측했다. 그는 “우루과이와 포르투갈에는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냉정하게 가나와 한국이 버겁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럼에도 그는 “다만 한국 대표팀에는 월드컵 유경험자가 많다”며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를 치른다면 (16강 진출 가망이) 40~50%정도 될 것”이라고 점쳤다.

신 감독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유독 강조했다. “우루과이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16강 진출 가능성이 생긴다”고 말할 정도다. 단, 전제조건이 붙었다. 그는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신 감독은 “수비 진영에서 시작하는 빌드업을 포기하더라도 빠른 공수 전환으로 카운터 어택(역습)을 나가는 전술을 짜면 훨씬 더 수월하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성적을 내기 위해 고정된 틀에 짜인 축구를 해왔기 때문에 창의적인 플레이에는 다소 약한 면이 있다"면서 "상대가 강하게 압박해 들어오면 이를 풀어내는 창의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한국 선수들이 경험해 온 문화나 환경이 벤투 감독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건데 벤투 감독이 이 같은 차이를 이해하고 (빌드업 축구를) 고집 안 했으면 좋겠다"며 '경험담'이라고 강조했다.

신 감독은 자신이 지적한 대표팀의 약점을 보완해줄 선수로 이강인을 꼽았다. 그는 “감독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 없다”고 전제한 후 “수비조직력 때문에 이강인을 안 뽑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강한 수비력을 갖춘 선수를 뒤에 붙여주고 이강인을 프리롤로 두면 대표팀에서도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태용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이 2021년 12월 30일 싱가포르 칼랑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스즈키컵) 결승 1차전 태국과의 경기에서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싱가포르 AP=연합뉴스

신태용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이 2021년 12월 30일 싱가포르 칼랑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스즈키컵) 결승 1차전 태국과의 경기에서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싱가포르 AP=연합뉴스

인터뷰 내내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 신 감독이지만, 전임 감독으로서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표팀은 11일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아이슬란드와 출정식을 겸한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 이에 대해 신 감독은 “굳이 국내에서 아이슬란드와 평가전을 갖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좀 더 일찍 현지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다른 조 팀들과 두 경기 정도 연습경기를 하는 게 훨씬 나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끝으로 지난 월드컵에 함께 하지 못했던 김민재와 김진수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전했다. “김민재는 지금 유럽에서 UCL과 리그 경기를 병행하고 있어요. 이럴 때 부상을 조심해야 합니다. 김진수는 (리그 경기를 끝내고)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까지 다 치른 상태입니다. 몸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월드컵에 나간다고) 들뜨지 말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에너지를 재충전해야 할 시기예요. 이제는 본선에 나간다는 것 자체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고, 국가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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