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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정부 책임론...역대 대형사고 책임자 경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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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정부 책임론...역대 대형사고 책임자 경질은?

입력
2022.11.03 11:30
수정
2022.11.0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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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아파트·성수대교 붕괴 때 서울시장 경질
연평도 포격에 국방장관·세월호 침몰에 국정원장 경질

이태원 압사 참사에 사과하는 이상민(왼쪽부터)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태원 압사 참사에 사과하는 이상민(왼쪽부터)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이태원 참사 당시 접수됐던 112신고 녹취록 공개와 더불어 여당 내에서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및 윤희근 경찰청장 등에 대한 경질론이 높아지고 있다. 사고의 궁극적 원인이 제도의 허술함에 있는 만큼 "윗사람일수록 책임의 무게가 훨씬 더 크다"(유승민 전 의원)는 취지다. 실제 역대 정부는 대형사고로 민심이 들끓을 때마다 장관 등 '윗선'의 경질을 반복하며 민심을 달랬다.

정부가 각 지역 관선 시장을 임명하던 1994년 이전까지,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지역 시장은 관례처럼 경질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1970년 4월 서울 마포구 와우시민아파트 붕괴 후 경질된 김현옥 시장이다. 무허가 판자촌을 밀고 지은 시민아파트는 단지별 시공 기간이 6개월에 불과했던 졸속행정과 부실시공의 상징이었다. 준공 4개월 만에 참사가 발생했고 34명이 사망, 40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측근으로 1966년부터 세종로·명동 지하도 건설, 여의도 개발 등을 추진하며 ‘불도저’로 불린 김현옥은 이 참사로 서울시장에서 경질된다.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로 32명이 목숨을 잃고 17명이 다치자, 김영삼 대통령은 사고 7시간 만에 이원종 서울시장을 경질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시공사인 동아건설의 부실 시공, 안전진단 누락 등 과실이 드러났다. 후임인 우명규 시장도 성수대교 건설 당시 책임자였던 사실이 드러나 자진 사퇴했다. 이영덕 총리 역시 사고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지만 반려됐고, 같은 해 12월 대통령 취임 2주년에 즈음해 정국 쇄신차원에서 교체됐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로 1,4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 이틀 만에 1기 민선시장에 오른 조순 서울시장은 기술직을 맡았던 이동 제2부시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참사 다음 날 치른 제1회 전국지방동시선거에서 여당인 민자당이 참패하면서, 민자당 총재인 김영삼 대통령은 나흘 만에 김덕룡 사무총장을 전격 경질하고 후임에 김윤환 정무1장관을 임명했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사건 발생 3일 만에 이명박 대통령은 김태영 국방장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사의 수용 형식이기는 하지만 당시 언론은 같은 해 3월 천안함 피격에 이어 연평도 포격까지 발생한 데 따른 경질로 해석했다. 김 장관은 천안함 사태 발생 36일 만인 그해 5월 1일 사의를 표명했지만, 사태 후속 조치 등을 위해 반려됐었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여가 지난 5월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안보 분야의 양대 축이었던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전격 경질했다. 당시 국정원이 세월호 사고에 대한 초기 보고 과정에서 상황을 오판한 보고를 올려 경질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국정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도 불구하고 남 원장을 유임시킬 정도도 신임했던 박 대통령이 세월호 정국 민심 수습에서 '경질 카드'를 꺼낸 셈이다.

이태원 참사 책임자 문책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3일 오전 지난달 29일 압사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골목의 모습. 연합뉴스

3일 오전 지난달 29일 압사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골목의 모습. 연합뉴스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해 정치권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문책성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여야 각각 주장하는 문책 수위에는 차이가 있다. 국민의힘은 사고 수습과 피해자 지원이 우선이라는 점을 들면서 현시점의 인사조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책임자 경질은 물론,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징계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태원 참사를 두고 정부 일각에서 "명확한 행사 주최자가 없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동안 법원은 대규모 인파가 예상되거나 지자체가 경제적 수혜자가 되는 각종 지역행사나 축제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주최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와 지자체에 법적·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왔다.

2010년 피서철 유원지에서 발생한 익사사고에 대해 대법원은 국가와 지자체(원주시)가 공동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다. 지난 7월 태화강 선바위 인근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익사 사고에 대해 울산지법은 국가와 울산시에 20%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사고 일주일 전 이틀 동안 100㎜ 넘는 비가 내렸는데도 안전실태와 시설물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다만 이번 이태원 참사가 올해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긴 어려워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해 중대시민재해를 막지 못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희생자 규모에서는 해당 법의 적용 대상(사망 1인 이상‧부상자 10인 이상)이 되지만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이 '공중이용시설'이 아니고, 주최자가 없어서 법적인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명시한 공중이용시설은 지하역사, 철도역사·여객자동차터미널·항만시설 대합실, 실내주차장, 교량, 터널, 항만, 댐 등으로 도로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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