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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오르는 소리, 이자 들어오는 소리

입력
2022.11.03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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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예금금리 안내문.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예금금리 안내문. 연합뉴스

미국이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끌어올렸던 6월 15일. 56분가량 진행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질문 차례는 금융사 뱅크레이트의 마크 햄릭 수석 애널리스트에게 돌아갔다. 미국 뉴스에도 가끔 등장하는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몇 년 동안 집값이 무지 올랐고 금리도 무섭게 오르는데, 주택 시장은 어떻게 되나요?"

세계 경제 대통령의 대답은 이랬다. "집 사려는 젊은 사람들은 심사숙고해야겠죠(you need a bit of a reset)." 앞으로도 금리는 더 빨리, 쭉쭉 오를 테고 그러면 집값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사실상 경고나 다름없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연준이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이 칼럼이 나가는 3일 '4연속'이 유력한 상황이다)이란 초강력 긴축의 칼을 휘두를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금 와 돌이켜보니 넉 달 전 파월의 경고는 자산시장의 대피 방송이나 다름없었단 생각이 든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은 아주 다양한 형태와 밀도로 국내외 경제·금융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고금리에 놀란 증시의 비명과 주택 시장 냉각은 말할 것도 없다. 폭락한 값어치에 채권 시장도 거의 마비 상태다. 은행만 블랙홀처럼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럴 때 가장 힘든 건 버거운 빚을 진 사람들이다. 가뜩이나 높은 금리에 어쩔 줄 모르겠는데, 경기까지 꺾이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으니 그야말로 이중고가 따로 없다.

하지만 기업이 무너지고 개인이 파산하는 역대급 경제 위기에도 돈을 번 사람은 꼭 있었다. 위기에 몰려 대기업조차 금리 20~30%대 회사채를 무더기로 발행했던 IMF 경제위기 때도 그랬다. 집을 팔았든, 은행에 묶어 놨든 현금을 손에 쥐고 있던 사람들로선 기회의 장이 열렸던 시기였다. 금리가 오르면 금리를 더 쳐주는 곳으로 자산을 옮긴다는 단순한 철학을 행동으로 옮긴 실천력이나 위기에 베팅한 배짱도 놀랍지만, 그 와중에도 여윳돈을 움켜쥐고 있던 '큰손'들의 부유함이 새삼 놀랍다.

위기는 그래서 더 힘들다.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간격이 위기를 틈타 더 벌어진다. 8%(상단 기준)를 위협하는 대출금리 앞에서 빚 많은 사람들은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는 사이, 여유 자금 있는 사람들은 이른바 '금리 쇼핑'에 나서는 지금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정기 예·적금을 포함한 은행의 10억 원 초과 계좌의 예금 잔액은 1년 전보다 72조 원가량 불어난 788조 원에 달했다. 10억 원 넘는 고액 예금 계좌도 1년 새 1만 개 늘었다. 대출 이자에 서민 허리가 휘는 사이, 큰손들의 계좌엔 무시 못 할 이자가 꽂히고 있다.

이런 식의 금융 양극화는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 미국은 당분간 '슈퍼 긴축'을 멈출 것 같지 않다. 우리 기준금리도 어느 정도는 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를 따라 은행들의 예·적금 등 수신금리가 오르고 자금 조달 비용이 늘면, 대출 금리는 더 오르기 마련이다. 저금리 때도 거액 대출을 받아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로 재미를 본 사람들은 따지고 보면 고소득자나 자산가가 많았다. 자고 나면 오르는 '이자 알람'에 서민들만 놀란 가슴이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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