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참사 전날 인파 관련 112신고 없어"
"당일 쏟아진 11건 왜 '불편 신고' 치부했나"
"첫 접수된 '압사 우려' 신고 더 주목했어야"
"사고 전날도 골목 과밀 심각... 통제했어야"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직전 112신고가 11건이나 접수됐는데도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부실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참사 전날에도 핼러윈 행사가 열렸지만 112신고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참사 당일 신고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사 전날 신고 없었다" 당일에도 손 놓은 이유?
2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이태원 참사 전날인 지난달 28일 오후부터 자정까지 주취 폭행 등의 신고는 있었지만 인파 관련 112신고는 한 건도 없었다. 반면 참사 당일에는 오후 6시 34분부터 10시 11분까지 총 11건의 112신고가 들어왔다. 하루 만에 112신고가 확 늘어난 셈이다. 경찰은 그럼에도 참사 당일 "사람이 압사당할 것 같다"고 언급한 최초 신고자의 호소를 '불편 신고' 정도로 치부했다.
전문가들은 사고 전날 인파 신고가 없었다는 점은 면책 사유가 되지 않을뿐더러 경찰의 부실 대응 의혹만 키운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날 112신고가 없었다면 사고 당일 처음으로 접수된 '압사 우려' 신고에 더 주목했어야 한다"며 "정말 단순 불편 신고로 생각했다면 그 불편이라도 해소해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사 당일 인파 관련 최초 신고자는 경찰 통화 종료 후 민원처리 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
"전날부터 불안했다" "지휘부 판단에 문제"
경찰은 참사 전날 112신고 내용에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은 전날부터 밀집도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달 28일과 29일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연달아 방문했다는 오모(26)씨는 본보 통화에서 "금요일(10월 28일)에도 오후 10시쯤부터 사고가 발생한 골목은 아예 진입이 불가능했다"며 "반대편 거리에서 술을 마시다가 길을 우회해 간신히 이태원역에서 귀가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이틀 내내 경찰이 나와서 통행을 바로잡아줘야 할 것 같았지만, 주취 관련 출동만 하고 돌아갔을 뿐 인파 정리는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위험 신호가 있었지만 경찰의 현장 대응이 부실했던 배경으로는 지휘부의 인력 운용 문제가 거론된다. 자신을 이태원파출소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경찰 내부망에 "핼러윈 행사에 대비해 용산경찰서가 서울경찰청 기동대 경력 지원요청을 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질서 유지는 경찰 지휘부가 매뉴얼을 초월해 챙겨야 할 영역"이라며 "범죄 대응에만 신경 쓰느라 인력 배치와 관련해 잘못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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