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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블루'에 세월호보다 고통 클 수도… "치유 연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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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블루'에 세월호보다 고통 클 수도… "치유 연대 필요"

입력
2022.11.02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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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과거 참사와 연결 짓게 돼
누군가에겐 세월호보다 고통 클 수도
"비난 말고 서로 살피는 분위기 만들어야"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데이 사고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슬퍼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데이 사고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슬퍼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요일 밤 10시, 일주일 중 가장 즐겁고 들뜬 시간 서울 한복판에서 10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로 인해 자칫 현장 목격자는 물론 일반 국민까지 불특정 다수가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태원 블루'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특수한 장소에서 특정 환경에 놓인 이들이 겪어야 했던 과거 참사들과 달리 이태원 참사는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밀집해 모이는 익숙한 장소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불안과 공포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국민들의 사회적 고통과 트라우마가 과거 세월호 참사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주변에서 서로를 돌보고 빠르게 치유받도록 돕는 '사회적 연대'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석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세월호는 바다 위의 선박이라는 특수한 공간, 즉 일상에서 맞닥뜨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한 참사였던 반면, 이번 이태원 참사는 사람들이 평소 다녔던 친숙한 장소에서 발생해 더 충격이 크게 다가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상생활 도중 부지불식간에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걸 온 국민이 목도하면서 '나도 언제 이런 사고를 겪을지 모른다',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과 공포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상생활과 연결되거나 과거 참사가 연상되는 탓에 느닷없이 불안 증세가 찾아올 수 있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장 즐겁고 활기찬 시간에 어린(젊은) 친구들을 떠나보냈다는 점이 세월호 참사와 비슷해 누군가에겐 데자뷔 현상처럼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증상 악화 인지 못 할 수도… 관심과 배려 필요한 때"

1일 오후 광주시청 시민의 숲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 시민들이 남긴 추모글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광주시청 시민의 숲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 시민들이 남긴 추모글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이 힘든 시기를 겪을 수 있는 만큼, 특정 감정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배승민 교수는 "사건·사고에 대한 충격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다"며 "본인이 가진 특성에 맞춰 (후유증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사회가 인정하고 자신만의 속도에 따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서로를 비난하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애도를 강요하거나 시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받을 경우 감정을 추스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권고문을 통해 "비난과 혐오 등 부정적 감정을 조장하고 사망자와 생존자에 대해 편견을 갖게 하는 건 삼가야 한다"며 "대중의 비난은 더욱 크고 깊은 트라우마를 남기게 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큰 충격을 받은 초기에는 주변에서 서로를 관찰해 상태가 악화하는 걸 막아야 한다. 현장에서 사고를 겪은 사람들은 친구를 구하지 못했다는 슬픔에 죄책감을 느끼거나, 현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우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금은 주변 사람들이 트라우마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심을 두는 게 중요하다"며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주변에서 빠르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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