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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매일 입던 거잖아"... 유가족 오열, 부상자 한숨 교차한 유실물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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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매일 입던 거잖아"... 유가족 오열, 부상자 한숨 교차한 유실물 센터

입력
2022.11.0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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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입던 옷·신발 발견한 유족들 눈물
부상자들도 힘겨운 모습으로 물건 찾아

1일 서울 용산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관련 유실물 센터에서 경찰이 사상자들이 잃어버린 각종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1일 서울 용산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관련 유실물 센터에서 경찰이 사상자들이 잃어버린 각종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이거 맞는 것 같은데... 찾았다. 이거 매일 입던 거잖아.”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관련 유실물 센터’. 사흘 전인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수거된 유실물을 둘러보던 한 중년 여성이 옷가지 속에서 검은색 윗도리 하나를 발견하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자녀의 물건인 듯했다. 여성은 함께 온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신분 확인 서류를 작성한 뒤 유품을 손에 꼭 쥔 채 떠났다.

고인의 유품과 유실물은 사고 후 용산경찰서가 보관하고 있다. 용산서는 물건을 가족에게 전해주기 위해 전날 밤부터 유실물 센터를 운영 중이다. 가방 124개, 옷 258점, 신발 256켤레, 기타 전자제품 156개 등 모두 합치면 1.5톤 분량이다. 이날부터 유족과 부상자들이 본격적으로 센터를 찾기 시작했다.

고인이 사고 당시 입었던 옷이나 신발이 발견될 때마다 곳곳에서 울음과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한 중년 여성은 신발 한 켤레를 보자마자 주저앉았다. 사망자들이 압사로 희생된 만큼 다수 피해자가 신발을 신지 않은 채 발견됐다.

지난달 31일 서울 이태원 참사 유실물 센터 바닥에 주인을 찾지 못한 신발들이 놓여 있다. 박지영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이태원 참사 유실물 센터 바닥에 주인을 찾지 못한 신발들이 놓여 있다. 박지영 기자

잃어버린 소지품을 찾으려 센터를 방문한 부상자들도 끔찍했던 참사를 여전히 잊지 못한다. 생사를 오갔던 그날이 생각나는 듯 눈을 질끈 감은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은 이도 있었다.

왼쪽 발에 깁스를 한 정모(21)씨는 “손에 가방을 든 채로 깔렸는데, 주변에서 가방 잡고 있으면 죽는다고 놓으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목숨은 겨우 건졌지만 부러진 다리에 신경 손상이 의심돼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분홍색 가방을 찾은 20대 베트남 여성은 “누군가가 뒤에서 계속 밀어 숨을 못 쉬었다”면서 “죽는다고 생각했는데 손을 잡고 올려준 사람이 있었다. 평생 잊지 못할 은인”이라고 고마워했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중상자 가족도 더러 눈에 띄었다. 남동생 신발을 찾아간 한 20대 남성은 “동생은 심정지 상태로 길거리에서 발견됐는데, 심폐소생술(CPR) 덕분에 호흡이 돌아왔다”며 “그러나 지금 의식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가 되찾은 동생의 흰색 신발은 온통 검은 얼룩으로 뒤덮여 있었다. 공포스러웠던 참사의 흔적이었다.

이태원 압사 사고 중상자 가족이 되찾은 동생의 신발. 가족 제공

이태원 압사 사고 중상자 가족이 되찾은 동생의 신발. 가족 제공

유실물 센터는 6일까지 24시간 운영된다. 사망자는 가족이 방문하면 유품을 찾을 수 있다. 센터는 800점이 넘는 유실물을 보관하고 있는데, 이날 오후 6시 30분까지 35명이 들렀고, 46점의 물건이 주인이나 가족 손에 돌아갔다. 신분증이나 휴대폰 등은 용산서 형사과에서 따로 보관하고 있다.

김소희 기자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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