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관리 역량 갖추고 있었냐" 지적 나와
참사 두 시간 뒤에야 용산구 첫 재난 문자
박 구청장 "책임을 어디까지 져야 하는지"
"일부 언론에서 18시간 만에 공식입장을 낸 용산구 대응을 무대책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사고 수습이 우선이라는 박희영 구청장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30일 용산구청 해명자료)
15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용산구청장의 미숙한 대응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번 사태 대비부터 사후 대응까지 소홀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사고 발생 18시간 만에 첫 공식 대응을 하면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신념'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선 행정 경험이 일천한 박 구청장이 재난 관리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었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용산구가 공식적으로 첫 대응에 나선 것은 18시간 만인 지난달 30일 오후 4시다. 용산구는 늑장 대응이란 비판이 제기되자 "구청의 대응 방안이나 입장을 홍보하는 것보다 사고 수습이 우선이라는 박 구청장의 신념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고 수습을 강조한 용산구는 참사 발생 2시간 뒤인 지난달 30일 0시 11분이 돼서야 이태원 지역 방문 자제와 교통 우회를 알리는 재난 문자를 보냈다. 초동조치가 중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용산구가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사망자가 많이 발생해 유가족과 시민들의 애가 타는 상황에서 관할 지자체가 대처 현황을 명확하고 신속하게 알리는 것도 사고 수습의 일환"이라며 "전례없는 상황을 맞닥뜨려 재난문자를 뒤늦게 보내는 등 초동대처에 미흡했던 점도 아쉽다"고 말했다.
올해 핼러윈 주간을 앞두고 용산구 대응이 전례 없이 선제적이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구청장은 "'위드 코로나'에 맞춰 27일 긴급대책회의를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회의는 부구청장 주재로 열렸다. 더구나 회의에선 대규모 인파에 대비한 통행 대책은 논의되지 않았다. 박 구청장은 이에 대해 "핼러윈 기간에 어느 길에 몇 명이 간다는 통계도 없었다"며 "사고 당일 현장에 나가봤을 때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규모 참사 이후 책임 소재에 대한 박 구청장 입장도 논란거리다. 박 구청장은 "저희가 (핼러윈 축제에 대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하지 않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면 어디까지인지 이런 부분이 없다"며 "뭉뚱그려서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공식 입장문에 책임 부분이 빠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그는 30일 첫 입장 표명에서 "안타까운 사고에 참담할 따름"이라고 밝혔다가, 2시간 뒤 애도와 재발 방지 다짐이 담긴 입장문을 다시 냈다. 하지만 유가족이나 시민들에 대한 사과 표명은 없었다.
박 구청장이 사고 책임에 대한 비난을 피하려고 소통창구마저 닫아두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사고 발생 직후 박 구청장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구청 홈페이지의 '열린구청장실'도 접속이 차단됐다. 구청 관계자는 "수습에 전념하느라 일일이 댓글을 달지 못하는 데다, 주민과 소통하지 못할 바엔 당분간 비공개가 낫겠다는 구청장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