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30일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왼쪽). 참사 당시 지원 근무를 나간 경찰관이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심정을 적은 글을 올렸다. 이한호 기자·블라인드 캡처
서울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한 경찰관이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더 많이 살리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에 시민들은 "자책하지 마시라, 감사하다"며 응원을 보냈다.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때처럼 경찰, 소방관, 의료진의 노고를 응원하자는 제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3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태원 현장 출동했던 경찰관입니다'라는 제목의 짧은 글이 올라왔다. 경찰청 소속의 이 직원은 "이태원 관할은 아니고 타 관내에서 지원하러 갔다"고 신분을 밝혔다. 그는 "아비규환이었던 현장 상황, 사망자들 시신이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며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 분이라도 더 살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살리지 못했다"고 당시 충격적인 상황을 전했다. 이어 "(더) 살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시민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이 직원은 "현장에서 고생한 경찰, 소방, 의료진을 비롯해 구조를 도운 시민에게 고맙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를 표했다.
해당 글은 300여 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큰 지지를 받고 있다. 한 대기업 직원은 "고생하셨다, 심리상담 받으시라"고 해당 경찰관을 염려했다. 한 지역 은행원은 "진심으로 노고에 감사하다. 자책하지 마시라"고 응원했다.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인근인 이태원역 1번출구 앞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해당 커뮤니티에는 다른 경찰관이 쓴 '이태원 참사 미안합니다'란 제목의 글도 시민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책임의 대상이 필요하면 경찰 잘못이 맞다"고 운을 뗀 작성자는 "미리 예견치 못한 것도, 예방하지 못한 것도 참 어렵다. 다수의 안전을 위해 소수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도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경찰 잘못 맞으니 이제 언론이고 기사고 그만하자. 힘들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는 "형 잘못 1도 없음", "혐오를 위한 혐오에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찰을 운영하는 주체가 문제지 구성원이 욕먹을 건 아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태원 압사 참사의 원인을 두고 정부 책임공방이 벌어진 이때, 온라인상에서는 경찰, 소방관, 의료진의 노고를 응원하자는 제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의 탓보다는 경찰과 소방관과 의료진의 수고를 응원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 누리꾼도 페이스북에 "사람들이 소방관들의 도움을 받으며 바닥에서 심폐소생술(CPR) 하며 고군분투한 분들의 영상을 보면서 긴박한 상황에서도 모든 걸 다 바쳐 노력한 분들의 피땀이 있었기에 희생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 응급요원, 의료진, 경찰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야말로 진정한 우리들의 영웅"이라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은 트위터에 "용산 이태원 의료진들은 부디 힘내시길. 드릴 게 응원밖에 없다"며 이태원 구조에 참여한 관계자들에게 응원을 보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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