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러시아, 드론 공격 빌미로 "곡물 수출 협정 중단"…곡물가 또 불안 우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러시아, 드론 공격 빌미로 "곡물 수출 협정 중단"…곡물가 또 불안 우려

입력
2022.10.30 18:00
19면
0 0

다음 달 협정 종료 앞두고 '의도된 파기' 분석
우크라 "사실무근" 유엔 "수백만 식량 위기"

러시아가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안전을 더 이상 보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가 자국 함대를 드론(무인기)으로 공격했다'는 이유를 들면서다. 일단 협상을 파기한 후 재협상 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한 의도로 보이는데, 향후 곡물 가격 상승으로 저개발국가 등에 식량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회의에서 군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모스크바=AP·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회의에서 군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모스크바=AP·러시아


러, '협상 파기' 빌미로 "흑해 대규모 드론 공격" 주장

러시아 국방부는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항구에서 농산물 수출에 관한 협정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파기하겠다고 밝힌 협정은 양국이 유엔과 튀르키예 중재로 지난 7월 22일 체결한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다. 흑해 봉쇄로 우크라이나 식량 수출을 방해하던 러시아는 해당 합의를 통해 '120일 동안 곡물 수출 선박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러시아는 협정 파기 이유로, 우크라이나가 드론으로 크림반도 남서부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에 있는 자국 군함과 민간 선박을 공격했다는 점을 들었다.

러시아 측 인사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시장은 "새벽 4시 20분 키이우 정권(우크라이나)이 흑해 함대와 민간 선박을 대상으로 테러 공격을 했다"며 "역사상 가장 거대한 드론 공격이었다"고 했다. 공격엔 드론 16대가 투입됐고, 대부분 격추했지만 자국 소해정(기뢰 제거함)이 손상을 입었다는 게 러시아 측 주장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러시아가 배후로 지목한 영국도 "러시아는 거짓 주장 퍼뜨리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러시아 주장은) 완전히 터무니없다"고 비난했다.

지난 8월 흑해 항구에 정박된 대형 선박의 모습. 해당 선박에 실린 2만여 톤의 곡물은 에티오피아 등으로 수출됐다고 유엔은 밝혔다. 세바스토폴=AFP·연합뉴스

지난 8월 흑해 항구에 정박된 대형 선박의 모습. 해당 선박에 실린 2만여 톤의 곡물은 에티오피아 등으로 수출됐다고 유엔은 밝혔다. 세바스토폴=AFP·연합뉴스


재협상 앞두고 날조 의심... 식량 가격 또 오를라 '우려'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협상 파기를 운운하며 식량을 무기화하려는 것이라고 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 연설을 통해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다시 기근 위험에 빠뜨리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밀 생산국으로 꼽히는데, 저소득 국가들의 의존도가 특히 높다. 앞서 우크라이나 당국은 24일 "러시아가 식량 선적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곡물 수출을 방해하고 있다"며 "최근 항구 물동량은 가용량의 25~30%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음 달 19일 만료되는 협상을 다시 체결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러시아는 '협정 체결 당시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 수출에 대한 서방의 금융 제재를 면제받기로 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조건을 개정하지 않으면 협정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최근까지 보였다.

문제는 러시아 도발로 곡물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곡물 가격도 재차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밀에 크게 의존하는 저소득 국가들에서는 식량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3월 159.7로, 역대 최고치였다. 해당 지수는 주요 농산물 55개 항목 가격을 토대로 산출하는데, 2014~2016년 평균치를 100으로 둔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수백만 명의 식량이 달린 협상을 위태롭게 하는 행동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