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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명 목숨 앗아간 주범 '심정지', 골든 타임 4분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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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명 목숨 앗아간 주범 '심정지', 골든 타임 4분 불과

입력
2022.10.30 12:29
수정
2022.10.31 05:52
8면
0 0

골든 타임 내 CPR·AED 시행하면 생존율 80%까지 올려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시민들과 119 구조대원들이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시민들과 119 구조대원들이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핼러윈 대참사’로 154명이 사망했다. 희생자 대부분은 길이 45m, 폭 3.2m 내외에 좁은 골목길에서 인파가 몰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순식간에 넘어져 여러 겹으로 포개지면서 숨을 쉬지 못해 ‘심정지’로 사망했다.

성인은 1분에 0.2~0.3L의 산소를 소비하며, 특히 뇌가 가장 많은 산소를 사용한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깔리면 가슴이 엄청난 압박을 받아 질식해 심정지가 발생할 수 있다. 심정지 상태가 지속되면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몸에 필요한 산소가 부족하게 된다.

특히 심정지 상태가 2분 정도 지나면 대뇌 피질세포가 사멸하고 6~8분 지나면 전신으로 파급돼 사망에 이르게 된다. 공기 중 산소 농도가 4~6%라면 인간은 40초 이내에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태원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대부분 심정지 상태에서 골든 타임(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CPR)이나 자동심장충격기(AED)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심정지 골든 타임 4분 불과…심폐소생술 즉시 시행해야

심정지(心停止ㆍcardiac arrest)는 심장이 효율적으로 수축하지 못해 혈액순환이 멈추는 것을 말한다. 심정지가 발생할 경우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CPRㆍ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을 시행하면 생존 가능성이 높지만 4분이 지나면 생존율이 크게 떨어진다.

CPR 시행이 1분 늦어질 때마다 환자 생존율은 7~10%씩 떨어진다. 그러나 골든 타임(4분) 이내 심폐소생술 및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사용하면 환자 생존율을 80%까지 올릴 수 있다.

심정지 원인은 1차적으로 심장 기능 장애로 인해 심정지가 발생하는 심장성(cardiogenic) 심정지와 심장 질환 이외의 다른 질환에 의한 합병증으로서 심정지가 발생하는 비심장성(non-cardiogenic) 심정지로 나뉜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발생한 심정지는 비심장성 심정지로 볼 수 있다. 비심장성 심정지는 심장이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더라도 다른 장기의 기능부전에 의해 2차적으로 심정지가 유발되는 경우를 말한다.

심정지 발생의 흔한 원인으로는 폐 질환이나 기도 폐쇄 등으로 인한 호흡부전을 들 수 있다. 특히 어린이에게서는 기도 폐쇄에 의한 질식이나 급성 영아사망증후군이 심정지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심장성 심정지의 주요 원인은 관상동맥 질환이다. 이 밖에 다양한 심장 질환, 다른 질환에 의한 급격한 심박출량 감소, 전해질 불균형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한 치명적 부정맥, 유전 질환 등이 심정지를 일으킨다. 심장성 심정지는 흉통ㆍ심계항진(心悸亢進)ㆍ호흡곤란ㆍ전신 쇠약감 등의 전조 증상이 나타난다. 심정지는 부정맥, 저혈압, 쇼크, 호흡곤란, 흉통 악화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심정지는 치료를 받아도 회복돼 퇴원하는 경우가 10% 미만에 불과하다. 심정지가 발생한 뒤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으면 허혈성 뇌손상이 발생한다. 양정훈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심정지의 골든 타임은 4분 이내에 불과하기에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주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 심장 깨우는 CPRㆍAED 사용법 숙지해야

평소 CPR나 AED 사용 수칙을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일상에서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심정지 상황에 대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020년 개정된 ‘한국형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심폐소생술 절차는 (1)심정지 환자 발견 시 119에 신고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AED를 요청한다. (2)가슴압박은 영아(0∼1세)는 4㎝, 소아(2∼7세)는 4∼5㎝, 성인(8세 이상)은 5~6㎝ 깊이로 강한 힘을 실어야 한다. 단 횟수는 분당 100∼120회이고 중단하는 시간은 10초가 넘어가지 않도록 한다. (3)AED가 준비되면 음성 안내에 따라 행동한다. 119구조대가 도착하거나 환자가 깨어날 때까지 심폐소생술과 심장 충격을 반복 시행하는 것이다.

특히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서 가슴 압박과 함께 실시하는 AED는 심정지 환자의 심장 리듬을 자동으로 분석해 소생을 돕는 일반인도 사용 가능한 응급 의료 장비다.

AED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작동하면 된다. (1)환자 상의를 벗긴 후 장비 내 표시된 그림과 음성 안내에 따라 패드를 환자의 가슴에 부착한다. (2)AED가 환자 심전도를 분석해 심장 충격이 필요한 경우라면 음성 안내 후 장비가 자동으로 심장 충격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한다. 핸즈오프(hands-off) 타임이라고 불리는 이 시간에는 심폐소생술을 중단하고 환자에게서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환자 생존 및 회복 가능성이 줄어들기에 미국심장협회(AHA)는 핸즈오프 타임을 10초 이내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3)핸즈오프 타임 후 심장 충격을 실시하라는 음성 지시가 나오면 오렌지 버튼을 눌러 심장 충격을 가한다. 이후 즉각 가슴 압박을 재개한다. 장비가 심장 충격이 필요하지 않다고 분석한 경우에도 가슴 압박을 계속한다. AED는 2분마다 환자 심전도를 분석해 심장 충격 필요성을 안내한다.

이처럼 AED는 위급상황이 발생한 곳 어디서나 쉽게 쓸 수 있어야 하는 만큼 휴대하기 편하고 누구나 간편히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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