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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정어리 떼죽음... "산소 부족 아닌 멸치잡이 어선 폐기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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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정어리 떼죽음... "산소 부족 아닌 멸치잡이 어선 폐기가 원인"

입력
2022.10.28 04:00
수정
2022.10.28 09:3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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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근 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인터뷰]
정어리는 수심 10m에서 1m까지 1초에 상승
멸치와 혼획된 정어리 투기 흔적 사진서 확인
"멸치잡이 어선 혼획 규정 없애야 피해 예방"

지난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욱곡마을에서 주민, 직원이 폐사한 정어리 떼를 수거하고 있다. 창원시 제공

지난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욱곡마을에서 주민, 직원이 폐사한 정어리 떼를 수거하고 있다. 창원시 제공

지난달 30일부터 경남 창원 마산만 일대 정어리 집단 폐사 원인을 조사한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18일 '산소 부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를 지낸 정석근 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는 "어민들이 멸치 그물에 잡힌 정어리를 바다에 버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애초 지킬 수 없는 혼획 규정 때문에 어민들이 멸치와 함께 잡힌 정어리를 바다에 폐기해 발생한 일이란 얘기다. 미국 메릴랜드주 체사피크생물연구소와 국립수산과학원 등을 거친 정 교수는 북태평양해양과학기구(PICES) 수산분과(FIS) 한국 대표까지 지내, 이론적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두루 갖춘 해양전문가로 꼽힌다. 27일 정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정어리 폐사 원인에 대한 의견을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어민들이 잡은 정어리를 버렸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수거된 정어리 폐사체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다. 아가미 근처에 일자로 파인 선명한 상처는 그물코에 걸렸다가 그물을 털어 강제로 빠져나가면서 생긴 것이다. 산소부족으로 죽었다면 그렇게 정어리 몸에 상처가 생기지 않는다. 실제 멸치잡이 어선 선주 중에서도 "정어리를 폐기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어리 떼가 산소 부족으로 폐사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나.

"산소 부족 물덩어리인 빈산소수괴는 성층(물의 밀도 차로 인해 해수가 여러 개의 층으로 분리되는 현상)에 의해 위층 물과 아래층 물이 안 섞여야 일어난다. 정어리 폐사체가 발견된 마산만과 진해만 일대 9곳 대부분은 성층이 일어나기에 너무 얕은 곳이다. 실제 국립수산과학원 이상해황 보고에 따르면 9군데 중 지난 1~18일 사이에 빈산소수괴가 관측되었거나 추정되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게다가 산소가 부족해지면 홍합과 굴은 유영 능력이 없어 속수무책 당하지만, 정어리는 회피하는 능력이 탁월해 이를 피할 수 있다. 심 10m에서 1m까지 1초 이내에 올라갈 수 있고, 움직이는 평균 속도도 시속 8km에 이른다. 진해만 전체 100km를 반나절이면 돌 수 있는데 가만 앉아 죽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기후변화나 수온이 원인일 가능성은.

"기후변화는 몇 십 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일이다. 지난 40년 동안 한반도 주변 해역 표층 평균 수온은 약 1도 올랐다. 이 정도 수온 변화로 죽는 어류는 없다. 서식지를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는 있다. 호수나 강이라면 거의 밀폐된 좁은 장소에서 수온이 급격히 변할 수 있으나, 바닷물은 온도가 호수나 강처럼 급격히 변하지 않는다. 수온 변화로 정어리가 죽었을 확률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산소 부족이라고 결론 낸 이유는 무엇인가.

"혼획 금지 규제와 얽혀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권현망어선은 멸치만 잡아야 한다. 청어 1마리만 잡혀도 불법이다. 이를 두고 대법원 판결까지 간 끝에 전체 어획량의 10%까지 혼획은 허용된다. 게다가 지난해는 20cm 청어 금지체장까지 신설했다. 멸치잡이 그물로 일정 크기 이상의 청어나 밴댕이가 10% 이하만 잡히게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세상에 없다. 모양도 비슷해서 가공선으로 옮기기 전 선원들이 분리해 방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멸치 외 어종을 잡으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산소에 민감한 정어리는 그물에 잡히면 대부분 죽는데, 정부가 해양쓰레기를 바다에 버리고 오라고 강제하는 셈이다. 최근 영덕에서 어획 쿼터량을 초과해 버려진 참치 사태도 마찬가지다. 부조리한 규제로 인한 투기임을 인정하기 부담스러우니 다른 이유를 찾아 끼워 맞췄다고 본다."

-폐사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어획 대상 생물종과 어장 위치, 조업 시기 등이 크게 바뀌었지만 해수부는 탄력적인 수산정책을 내놓지는 못 한다. 오히려 총허용어획량제도 확대니 금지체장이니 하는 엉뚱한 규제를 만드는 데 몰두한다. 어업 규제를 강화할수록 어민은 그물에 잡혀 이미 죽은 물고기를 바다에 더 많이 버릴 수밖에 없다. 멸치와 정어리, 밴댕이와 같은 청어과 소형부어류는 특히 기후변화에 민감하다. 멸치만 잡으라는 혼획 규제를 없애지 않으면 멸치 어업은 기후변화에 따른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없어질 것이다."




창원=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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