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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영이 들춘 설움... 비주류된 청년들의 '전국노래자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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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영이 들춘 설움... 비주류된 청년들의 '전국노래자랑 드림'

입력
2022.10.27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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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에 "울컥"한다는 2030
'초고령사회 비주류' 설움 받다 대리 만족
"세대와 진영 뛰어넘은 통합" 기성세대도 팔 걷어

김신영(39)은 1980년 문을 연 '전국노래자랑' 최초의 '청년 여성' 진행자다. 어렵게 주어진 마이크를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그는 녹화 전날 시민들이 부를 노래 명단을 미리 받아 곡을 다 익히고 무대에 오른다. KBS 제공


'TV 찾아 삼만리' 진풍경

16일과 23일 오후 1시쯤 트위터엔 '전국노래자랑'이 실시간 유행 키워드로 떴다. 누리꾼들이 송해의 뒤를 이어 김신영이 진행하는 KBS1 '전국노래자랑'을 챙겨보고 시청 후기를 최근 2주 연속 일요일마다 쏟아낸 결과다. 무대에 올라 시민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어린아이에게 용돈을 준 김신영(39)에게 남녀노소 모두가 열광했다. KBS가 8월 29일 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 합류를 발표한 뒤 2030세대는 평소 관심 밖이던 '전국노래자랑'을 유행처럼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 입소문을 쫓아 TV 앞엔 김신영을 보기 위해 280만여 명(TNMS 기준·16일 방송)이 몰려들었다. SNS엔 "집에 TV가 없어 동생과 함께 사는 사돈어른 방에서 챙겨봤다"는 고백까지 올라왔다. 거실에서 TV가 사라지는 'OTT 시대'에 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 합류가 'TV 찾아 삼만리'의 진풍경을 연출한 것이다. 말 그대로 신드롬급 화제다.

MZ세대가 주 이용자인 트위터에 '전국노래자랑'이 16일 실시간 유행 키워드로 등장했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먹통'이 된 날이었다.


시청자가 '전국노래자랑'을 본방 사수하고 있는 모습. 김신영이 마이크를 잡은 2주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엔 '본방 인증' 사진이 굴비 엮이듯 올라왔다. 독자 제공


시청자가 '전국노래자랑'을 본방 사수하고 있는 모습. 김신영이 마이크를 잡은 2주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엔 '본방 인증' 사진이 굴비 엮이듯 올라왔다. SNS 캡처


시청자가 '전국노래자랑'을 본방 사수하고 있는 모습. 김신영이 마이크를 잡은 2주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엔 '본방 인증' 사진이 굴비 엮이듯 올라왔다. SNS 캡처


시청자가 '전국노래자랑'을 본방 사수하고 있는 모습. 김신영이 마이크를 잡은 2주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엔 '본방 인증' 사진이 굴비 엮이듯 올라왔다. SNS 캡처


'비주류의 승리'... 청년, 자존감의 회복

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에 대한 호의는 거꾸로 보면 존중받지 못하는 청년들의 설움과 세대 갈등의 현실에서 비롯된 측면이 적지 않다. '심심(甚深)한 사과' 오독 논란으로 사회에서 문해력이 떨어진다며 천덕꾸러기 취급받은 2030세대는 김신영의 진행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기성세대의 주 무대였던 '전국노래자랑'에서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연결고리로 '청년 김신영'이 능력을 인정받고 파격 발탁된 데서 통쾌함과 희망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이승민(21)씨는 "김신영이 진행하는 '전국노래자랑'을 보면서 가슴이 찡했다"며 "방송 일을 꿈꾸는 사람으로, '나도 더 넓은 세상을 꿈꿀 수 있겠구나'란 생각을 하게 돼 응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 손수지(19)씨는 "앞으로도 기성세대의 문화를 우리 세대 그리고 여성들이 이어받을 날이 더 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됐다"고 했다. 2030세대가 김신영을 응원하며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찾고 있는 셈이다.

요즘 청년들은 '절벽' 앞에 서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자리는 뚝 끊겼고,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5명 중 1명이 된다는 초고령사회를 코앞에 두고 비주류로 내몰렸다. 사회 중심부에서 밀려난 청년은 김신영이 증명한 '비주류의 승리'에 환호했다. 젊은 여성 코미디언들은 K콘텐츠 시장에서 주변인이었다. 강호동 신동엽 유재석 등 중년 남성 MC들 옆에서 감초 역으로 환대받았지만, 그들의 이름을 딴 프로그램 명패는 TV에서 쉬 주어지지 않았다.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건 청년이 아닌 중년이고, 여성이 아닌 남성이라는 선입견이 견고했기 때문이다. 방송가에서 '전국노래자랑'의 송해 후임으로 김성환과 이상벽, 이상용 등 70대 남성 방송인들만 하마평에 오르내린 배경이다.

16일 방송된 '전국노래자랑'에서 진예닮(25)씨가 "학비 벌러 나왔다"며 자신을 소개한 뒤 노래하고 있다. 진씨는 이날 최우수상을 탔다. 김신영이 첫 진행을 맡은 무대였다. KBS1 방송 캡처


"세대 교체 희망" '전국노래자랑' 드림의 탄생

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이 방송된 뒤 온라인에선 "울컥했다" "눈물 난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왜 눈물까지 난 걸까.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김신영의 진행은 청년 중심 세대 통합과 세대 교체의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라며 "김신영이 청년, 코미디언, 여성이란 세 가지 비주류적 요소를 모두 극복하고 '전국노래자랑'의 새 리더가 되자 비주류 청년들이 김신영에 뭉클해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신영 합류 뒤 '전국노래자랑 드림'을 쫓아 무대를 찾는 청년들도 등장했다. 16일 방송된 경기 하남시 편에서 최우수상을 탄 진예닮(25)씨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등록금 때문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다 하남시청에서 '전국노래자랑' 예심 공지 문자가 와 너무 간절한 마음에 지원했다"며 "등록금 분납신청 후 200만 원이 모자랐는데 상금(200만 원)을 받아 무사히 졸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신영 투입 후 2주 동안 방송된 '전국노래자랑' 참가자 27팀 중 60%인 16팀이 2030세대였다.

김신영이 '전국노래자랑'의 상징인 실로폰을 들고 무대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기성세대에게 이 실로폰 소리는 사회 안녕의 상징이다. KBS 제공


"안녕의 상징" 응원군 된 기성세대

2년여간의 거리두기로 커진 공동체성 회복에 대한 갈망도 새 '전국노래자랑'에 더 많은 이들을 불러 모았다. 1980년 처음 실로폰을 울린 '전국노래자랑'은 40여 년 동안 세대, 신분, 지역을 뛰어넘는 연대를 확인하는 보기 드문 장이었다. 40대 이상의 기성세대는 이 공동체가 깨지지 않길 바라며 김신영 응원에 팔을 걷었다. 정재찬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전국노래자랑' 시그널 음악은 기성세대에겐 안녕과 위로의 상징"이라며 "김신영 투입으로 '전국노래자랑'은 세대와 진영 그리고 귀천을 막론한 통합의 장이 됐고, 김신영이 어렵게 이은 그 다리가 끊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지하고 나서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신영은 나비넥타이를 맨 뒤 옛 악극 무대 막간극 진행자처럼 의상을 차려입고 과거와 현재을 오가고 남녀의 경계를 허문다. 김헌식 카이스트 미리세대 행복위원회 위원은 "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 열풍은 실력은 있지만 기회를 얻지 못해 배제된 수많은 청춘에 대한 응원 그리고 공동체성을 꾸준히 환기해 세계적 지지를 얻은 방탄소년단 신드롬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해석했다.

김신영이 16일 경기 하남시에서 진행된 '전국노래자랑' 녹화 중 중년 관객과 손을 맞대며 인사하고 있다. 신재동 악단장은 "광주에서 할아버지 출연자가 손녀 바이올린 연주에 맞춰 노래하는 걸 보고는 (김신영이) 펑펑 울어 잠시 진행을 못 했다"며 "할머니 밑에서 자라 그런지 사람을 소중히 대하고 마음이 따뜻해 놀랐다"고 말했다. KBS 제공



양승준 기자
유종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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