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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마약 문제, 수리남 '마약왕' 없앤다고 해결될 수 있을까

입력
2022.10.26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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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랑
박미랑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편집자주

범죄는 왜 발생하는가.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범죄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곁에 존재하는 범죄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연간 마약사범 1만6,000명 넘어선 한국
중독자 '타자화'로 엄벌 정서 높지만
단속과 함께 치료와 재활환경 구축해야

최근 뉴스에 연예인 마약 뉴스가 많이 보도되고 있다. 한때는 돈스파이크의 마약 투약 사실이 보도되었고 투약기간이 상당히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밖에도 아이돌 출신 가수가 여자친구와 마약을 하였다는 소식은 물론 약물에 취해 발생한 범죄, 또 한편에서는 마약 거래 방법과 가격까지 지나치게 세세한 내용도 꽤 자주 전달받고 있다. 마약 뉴스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연예인 집단에 대한 비난, 처벌 수위에 대한 논의 그리고 때로는 마약 합법화 논란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우리 정말 마약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가?

통칭해서 마약을 했다고 하지만 세 가지로 분류된다. 마약사범, 향정신성의약품 사범(향정사범), 그리고 대마사범이다. 마약은 양귀비, 아편, 모르핀, 헤로인 코카인과 같은 억제제와 흥분제가 대표적이고, 향정신성의약품은 필로폰이라 불리는 메스암페타민, LSD, MDMA(엑스터시) 등 흥분, 환각, 억제의 약리작용을 보이는 제조 약품이다. 마지막으로 대마초와 관련된 대마사범이 있다.

뉴스에서 보듯이 정말 우리나라 마약사범은 증가하고 있나? 그렇다. 2021년 마약 백서에 따르면 2020년 마약사범은 1만8,000여 명, 2021년에는 1만6,000명가량으로 집계됐다. 약간의 증감은 있지만 우리 사회에 마약사범이 1만 명을 넘은 지 꽤 됐고, 지금은 다크웹과 텔레그램 등으로 해외 마약류 공급자를 통한 마약 구입이 늘었으며, 랜덤 채팅앱을 통해 판매도 쉽다. 우리나라뿐만아니라 세계 마약 남용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2억7,500만 명이 마약을 하였고 이 중 3,600만 명은 약물 중독을 겪고 있다. 미국약물남용연구소(NIDA)는 약물 남용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7,000억 달러로 추정했다. 엄청난 금액이다.

우리나라는 절대적으로는 향정사범이 많고 그중 메스암페타민(필로폰)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눈에 띄는 변화 중의 하나는 대마사범 증가다. 작년 대비 2배가 넘었다. 누가 마약을 하고, 왜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마약은 연예인과 유흥업종사자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뉴스에서 보도한 영역만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1년 전체 마약사범 1만6,153명 중에서 유흥업 종사자는 94명(0.6%), 예술 및 연예계 종사자는 72명(0.4%)에 불과하다. 많은 수는 무직(5,492명)이거나 회사원(1,010명)이었다. 일반인이 대다수이다. 연예인은 억울할 수 있는 수치이다. 마약사범은 무직, 농업 종사자가 많고 6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향정사범은 무직, 노동, 회사원 순이며 20~30대가 절대 다수다. 대마사범은 무직, 회사원, 학생 순이며 20대가 절반가량이다. 확실히 연령이 낮아지고 있고 대마는 더더욱 그렇다.

누군가는 마약사범의 증가와 투약 연령대 저연령화 원인을 가격 하락에서 찾는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다. 범죄학의 일반긴장이론은 부정적 자극의 직면과 긍정적 자극의 소멸을 겪는 세대들이 부정적 감정을 통제할 수 없을 때 회피의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겪는 세대, 그리고 좌절을 많이 겪지만 해소할 수 없는 세대라는 점이다. 약물은 쉽게 긴장을 풀어준다. 그리고 위험한 약물 하위문화와 약물의 위험성이 전혀 교육되지 않는 또래문화의 조합은 약물의 전파를 쉽게 만든다. 거기에 낮은 가격은 숟가락을 올릴 뿐이다.

마약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중독자를 타자화하는 독자들은 '강한 처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들은 처벌받고 또 동일한 약물에 손을 댄다. 처벌이 약해서가 아니라 치료가 되지 않아서다. 중독은 뇌의 브레이크 기능이 고장 난 상황이다. 고장 난 뇌를 강한 처벌로 고칠 수는 없다. 마약 범죄가 늘어날수록 치료와 마약(약물) 법원의 전문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수리남'의 마약왕을 발본색원하여도 마약사범은 소멸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치료와 재활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단속만큼이나 중요한 시점이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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