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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자원개발 없이는 에너지안보도 없다

입력
2022.10.24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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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훈
유승훈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 학장

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면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에너지 경제학의 관점에서 점검해본다.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자원개발 공기업 대부분 자본잠식
리스크 커 민간기업도 꺼리는 실정
민간 위해 정부 금융·외교지원해야

몇 달 전에 한 지인이 한국석유공사의 부채비율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를 묻는 연락을 한 적이 있다. 부채비율은 자본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확인하는 데 사용되는 대표적 지표다. 공기업의 경우 통상 200%보다 낮으면 괜찮고 높으면 문제가 있다고 얘기된다.

사실 그 정보는 없는 것이 당연하다. 한국석유공사는 2019년에 이미 3,500%의 부채비율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부채비율을 산정하는 식의 분모가 0이니 아예 계산 자체가 되지 않는다. 그 지인이 깜짝 놀라기에, 필자는 한국석유공사뿐만 아니라 한국광물자원공사도 그랬다고 말했다.

석유와 광물을 해외에서 개발하던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 모두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특히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회생이 불가능해 우량 공공기관이었던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통합돼 지난해 9월 한국광해광업공단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천연가스의 해외개발을 맡았던 한국가스공사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한국석유공사 및 한국가스공사 2개 공기업만 하더라도 그동안 3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해외자원개발에 투입했지만 회수액은 100억 달러가 안 된다. 그 차액 200억 달러는 지금 환율 1,400원을 적용할 때 28조 원에 달한다. 회사채 발행으로 버티고 있지만 부채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이에 지난 6월 이들 자원개발 공기업은 모두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됐다.

해법이나 출구가 도통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추가적인 부실화를 막기 위해 신규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현재 해외자원개발을 주도했던 공기업들은 기존 해외자원개발사업의 관리에만 집중하면서 부실자산의 처분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신규 사업 제한은 에너지 안보의 약화로 귀결되고 있다.

그렇다고 재무위험기관인 공기업이 해외자원개발을 재개하도록 자금을 추가로 투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자원 빈국의 입장에서 해외자원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유럽의 전기요금이 5배에서 7배까지 오르는 현재의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해외자원개발은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2.8%로 세계 최고 수준인데 30년 전과 별 차이가 없다.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도 자국 내 에너지가 부족하지만 우리보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낮다. 그 이유는 민간기업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해외자원개발 역량을 키웠기 때문이다. 우리도 공기업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들이 해외자원개발에 나서야 한다.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하지만 민간기업이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장기간 투자를 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특히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ESG 경영이 강조되면서 시중 은행 및 연기금에서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일부 단체는 기후소송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야말로 민간기업이 해외자원개발에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갈등을 중재하고 민간의 해외자원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일본처럼 국책 금융기관 및 연기금 등을 통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해외자원개발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수입이 아니라 해외개발을 통해 에너지를 국내에 들여올 때는 혜택도 있어야 한다.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하는 민간기업은 자원보유국의 자원민족주의로 세계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기업에 세금을 높게 매기거나, 지방정부 또는 지역주민들이 자원개발 자체를 반대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이 발생할 때는, 우리 정부가 외교 역량을 발휘해 해외자원개발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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