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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3가지 조치와 천연가스

입력
2025.02.18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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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훈
유승훈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면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에너지 경제학의 관점에서 점검해본다.

천연가스 파이프라인과 성조기. 연합뉴스

천연가스 파이프라인과 성조기.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 연설을 하면서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석유 및 천연가스가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미국이 왜 비상사태를 선포했을까 놀랍고도 궁금했다. 석유 및 천연가스를 더 많이 생산하여 자국 내에서 저렴하게 공급함과 동시에 수출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자극적으로 발표한 것이었다.

일본은 이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했는데, 기록적 규모의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 확대를 제안했다. 대신 안보 억제력 제공을 요청하고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합작투자를 논의하는 등 국익 추구 모습을 보였다.

덴마크령으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도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한반도의 약 10배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당장 덴마크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전체가 화들짝 놀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그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얻기 위해서 그랬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에너지 자원 확보가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그린란드에는 석유 및 천연가스가 많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중국이 세계 공급량의 약 70%를 장악하고 있는 희토류도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희토류는 반도체, 배터리, 스텔스 전투기 등 군사장비 생산에 필수적이다.

덴마크 입장에서는 속이 상하지만, 그린란드 매입이 미국 입장에선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그린란드 매입을 추진하다 말았는데, 이번에는 군사적 조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덴마크는 당혹해하며 그린란드 안보를 위한 방위비 지출 확대를 천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장악해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갑자기 무슨 가자지구 장악인가 해서 그 이유를 살펴보니, 이스라엘 및 가자지구에 매장되어 있는 방대한 양의 천연가스 때문이었다. 천연가스를 개발하여 판매한 수익금으로 가자지구를 재건할 수 있다는 명분도 그럴싸하다.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필사적인 가운데 이스라엘, 카타르, 리비아, 시리아, 튀르키예 등이 이를 노리고 천연가스 공급 및 파이프라인 용량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은 자국산 천연가스를 액화한 후 선박에 실어 유럽에 수출하고 있기에, 바다가 없는 중동부 유럽국가에는 천연가스를 못 팔고 있다.

하지만 가자지구에서 유럽으로 파이프라인이 설치되면, 미국은 가자지구에서 개발된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유럽 전역에 팔 수 있다. 미국 뜻대로 된다면, 유럽은 러시아가 아닌 미국에 천연가스를 의존하게 되면서 미국 영향력 강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가자지구 장악이 겉으로는 극단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합리적 전략인 셈이다.

에너지 비상사태, 그린란드 매입, 가자지구 장악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천연가스다. 천연가스의 안정적 확보 및 활용 여부는 한 국가의 명운을 결정할 것이다. 온실가스를 뿜어대는 석탄발전, 건설에 20년 이상 걸리는 원전, 기상 여건에 좌우되는 재생에너지 모두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책임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도 천연가스를 값싸고 충분하게 확보한 후 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기업의 천연가스 도입 확대 등 다양한 플레이어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국내 천연가스 배관망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관리되도록 정부는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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