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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폭행에 스토킹 위험까지… 추모 공간에도 안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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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폭행에 스토킹 위험까지… 추모 공간에도 안전은 없었다

입력
2022.10.2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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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살인 사건 뒤 추모 이어지는데
추모 공간 피켓 훼손에 폭언·폭행 피해
스토킹 가해자와 동석…위협적 상황도
"고인 추모마저 폄훼… 2차 가해 우려"

지난 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10번 출구에 붙은 종이가 훼손된 모습. 독자 제공

지난 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10번 출구에 붙은 종이가 훼손된 모습. 독자 제공

이달 1일 서울 신당역 10번 출구 앞.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려고 열린 행사 도중 갑자기 남성 A씨가 난입하더니 참가자를 향해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A씨는 추모 공간에 걸려 있던 A4 용지 크기의 종이를 하나둘씩 찢으며 난동을 부리다가 자신을 말리던 30대 여성 B씨를 손으로 밀치기도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에게 제압당한 A씨는 모욕과 폭행 등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피해자 B씨는 21일 “A씨가 나타나 보복할까 봐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신당역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전국 곳곳에선 크고 작은 추모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참석자들은 고인을 추모하고, 제2의 신당역 사건을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여성 안전을 얘기하는 추모 집회에서도 범죄 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집회에 참석한 여성을 겨냥해 입에 담기 어려운 폭언과 욕설을 하거나, 기물을 훼손하는 식으로 집회를 방해하고 위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달 20일 신당역 10번 출구를 찾아가 보니 길바닥에 나뒹구는 포스트잇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지난달 14일 신당역 사건 이후 10번 출구 앞에 마련된 공간에는 추모객들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으로 가득했지만, 그 당시와 비교해 절반가량으로 줄어든 모습이었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피켓을 훼손하거나, 포스트잇을 쓰는 척하며 욕설을 퍼붓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며 큰 소리로 여성 혐오 발언을 내뱉는 사람들까지 있다”고 말했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때도 일부 남성들이 추모 포스트잇을 훼손하거나, 추모제 참여 여성을 촬영해 인터넷 게시판에 공유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0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10번 출구 인근에 붙은 포스트잇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김소희 기자

지난 20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10번 출구 인근에 붙은 포스트잇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김소희 기자

심지어 추모 행사에서 스토킹 가해자와 마주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9일 부산진구 서면(부전동)에서 열린 신당역 사건 추모 집회에 참석한 여성 C(30)씨는 구호를 외치던 중 인파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6년 전 C씨에게 “사랑한다” “받아달라” 등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며 스토킹을 일삼은 남성의 목소리였다. 마음을 추스른 C씨는 발언대에 올라 “가해자가 이 자리에 있다”고 폭로했다. 남성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끌려 나갔다.

전문가들은 추모 공간을 위협하는 행위를 “반(反)사회적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는 “신당역 사건에 대한 추모는 스토킹 피해를 겪었거나 두려움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위로하는 자리”라며 “여기에 난입해 참가자를 괴롭히는 건 2차 가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도 “추모 행위를 폄훼하는 것은 단순 일탈이 아닌 극단적 사고 방식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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