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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준비 안했다 시인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셧다운 대비 훈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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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준비 안했다 시인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셧다운 대비 훈련 없었다"

입력
2022.10.19 19:00
수정
2022.10.19 19:50
1면
0 0

남궁훈, 먹통 사태 책임지고 대표직 사퇴
카카오 망 이원화, 반쪽짜리 수준
데이터센터 셧다운 대응 훈련 없어
남궁 대표 사과·대국민 사과에도 여론 악화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남궁훈(왼쪽), 홍은택 각자대표가 최근 발생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성남=서재훈 기자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남궁훈(왼쪽), 홍은택 각자대표가 최근 발생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성남=서재훈 기자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올해 3월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를 대신해 카카오 공동체(그룹의 개념)를 이끈 지 일곱 달 만이다. 하지만 카카오가 비상 상황에 대비한 망 이원화와 재난 대응 훈련 자체에 소홀했던 것이 드러남에 따라 남궁 대표의 사퇴 이후에도 책임 소재 논란 등 후폭풍은 거세질 전망이다.



참담한 표정 남궁훈…"대표이사 사퇴"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는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열린 긴급 간담회에서 대표직 사퇴를 발표했다. 남궁 대표는 사태 수습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해 재발 방지책을 만든다. 성남=서재훈 기자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는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열린 긴급 간담회에서 대표직 사퇴를 발표했다. 남궁 대표는 사태 수습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해 재발 방지책을 만든다. 성남=서재훈 기자


19일 오전 11시.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본사에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카카오 사태 발생 5일 만에 마련된 긴급 간담회에서 사과한다며 세 차례 허리를 굽혔다. 이들은 시종 굳은 표정으로 두 손을 모아쥐거나 바닥을 응시했는데 긴장감보다는 참담함이 엿보였다.

남궁 대표는 자신의 대표직 사퇴 사실을 직접 발표했다. 그는 이 자리서 "참담한 심정과 책임을 통감하며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다"며 "비상대책위원회 재난대책 소위원회를 맡아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필요한 부분은 세워 나가는 일에만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남궁 대표가 회사를 떠나지 않고 비대위에 참여한 것은 자칫 자신의 사퇴가 '책임 회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태 수습 과정에서) 카카오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야 할 수도 있지만 이것 또한 카카오의 의무"라며 "처절하게 반성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재난 대응 훈련 '부실'·망 이원화 '부족'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열린 긴급 간담회에서 두 눈을 감고 고심하고 있다. 성남=서재훈 기자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열린 긴급 간담회에서 두 눈을 감고 고심하고 있다. 성남=서재훈 기자


하지만 남궁 대표의 전격 사퇴에도 돌아선 민심은 여전히 싸늘하다. 카카오의 재난 대응 훈련은 부실했고, 정보통신사업법상 의무 사항인 망 이원화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IDC) 셧다운이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선 제때 필요한 판단을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무엇보다 카카오는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다. 이번 같은 대형 사고는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으며 데이터 사용량 증가에 따른 서비스 지연 방지에만 신경을 썼다. 홍 대표 스스로도 "민방위훈련이라 불리는 대응 훈련을 수시로 하고 있다"면서 "카카오톡을 예로 들면 트래픽 급증을 대비해 20분 안에 서비스를 복구하는 훈련을 자주했는데 이번 같은 데이터센터 셧다운 대비 훈련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데이터센터는 국가 안전시설로 셧다운된 경우가 없다 보니 저희 대응도 판단 오류가 있었다"고 뒤늦게 고백했다.

서버 백업 등 망 이원화도 '반쪽짜리'였다. 데이터 이원화는 진행됐지만 개발자들의 작업 및 운영 도구 이원화는 없었다.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산시키는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아 3만 개가 넘는 데이터를 일일이 수동으로 하나하나 부팅해야 했다. IDC가 망가지면 보관·처리 중인 데이터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데, 그 과정을 수행할 작업 도구가 마비된 것이다.

현재 카카오는 9만 개 넘는 서버를 4개의 IDC에 나눠 보관·처리 중이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SK C&C 판교 IDC에는 약 30% 이상인 3만2,000개의 서버가 있다. 카카오는 2024년부터 경기 안산시에 서버 11만 대를 보관할 수 있는 IDC를 열고, 시흥에도 같은 해 추가로 짓기 시작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불이 난 IDC도 그대로 써야 할 처지다.



"사태 원인·재발 방지책 투명 공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들에게 공개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 발화 지점인 지하 3층 전기실의 비상 축전지가 불에 타 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들에게 공개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 발화 지점인 지하 3층 전기실의 비상 축전지가 불에 타 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한편 카카오는 이날 초유의 서비스 중단에 대한 수습책을 발표했다. 카카오가 밝힌 대응책의 핵심은 ①투명한 정보 공개 ②안정성 투자 확대 ③폭넓은 피해 구제에 맞춰졌다. 비대위를 중심으로 사태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보고서 형식'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구체적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도 투자를 늘린다. 카카오톡 등 무료 서비스 피해 구제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날 개설된 '피해신고 센터'를 통해 피해 사례를 접수한 뒤 구체적 범위와 액수를 결정할 예정이다.

무료 서비스에 대한 피해 구제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카카오는 이용 약관보다 폭넓게 구제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또 SK C&C와 화재 및 서비스 먹통에 대한 책임 공방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큰 만큼, 먼저 구제한 뒤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홍 대표는 "최소한 2주 정도는 신고 센터를 운영하려 한다"면서 "무료 서비스 피해 보상에 대해선 다양한 사례를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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