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제수사로 IP 확보 후 범인 특정
가해자 부모 대면 사과한 뒤 선처 부탁
피해자 측 "경찰 조사 끝나면 결정할 것"
익명으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에스크(Asked)’에서 여중생을 사칭해 음담패설을 한 범인이 피해자와 같은 학교 동급생으로 드러났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18일 “범인을 특정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해자 A양은 평소 피해자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동급생 사칭 '음란대화·욕설'... 新 '사이버 학폭' 온상 된 에스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81523580000486)
에스크는 익명 기반 SNS다. 아이디, 비밀번호, 닉네임만 입력하면 가입할 수 있다. 계정 주인에게 익명으로 질문을 보내면 주인이 답하는 식이다. 답변을 등록할 경우 질문과 답변 전부 공개되고, 답변을 하지 않으면 질문도 비공개된다. 한국 기업 모비온즈미디어가 운영하는 에스크는 최근 10대 사이에서 큰 인기다.
문제는 100% 익명성을 보장하는 시스템 탓에 애꿎은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A양은 올해 7월 피해자 B양을 사칭해 에스크 계정을 만든 뒤 “너와 성관계를 하고 싶다” 등의 음란 게시물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B양은 친구들의 제보로 사칭 계정의 존재를 알게 됐고, 8월 양천서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사칭 계정의 인터넷 접속주소(IP)를 확보한 후 A양을 찾아냈다.
A양은 경찰과 전화 통화에서 범행을 시인했다. 그의 부모도 피해자를 찾아와 사과하며 선처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B양 부모는 “사이버 폭력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며 엄벌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가해자 역시 아직 어린 학생인 점을 고려해 “일단 경찰 조사가 끝난 뒤 (고소 취하 여부 등)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라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면 처벌받지 않는다.
에스크를 이용한 괴롭힘은 사이버 학교폭력의 한 유형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번처럼 가해자가 잡힌 사례는 드물다. 부산에 거주하는 전모(44)씨는 고교 1학년 딸이 올 1월부터 에스크를 통해 외모비하, 욕설 메시지를 받아 4월 부산 북부경찰서에 모욕죄로 신고했다. 경찰은 6월 IP 주소 6개를 확보했으나, 통신사가 3개월이 지난 IP 주소 정보는 파기해 아직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수사가 진척되지 않자 답답해진 전씨는 지난달 추석 연휴 때 서울로 올라와 에스크 사무실로 추정되는 강남구 사무실 3곳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2곳은 비어 있었고, 한 곳은 건물 관리인의 제지로 들어가지 못했다. 전씨는 ‘언어폭력, 성희롱, 욕설은 신고 및 차단 대상’이라고 명시된 에스크 약관을 언급하며 “업체가 약관과 달리 청소년 보호정책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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