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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직장도, 최애 '가나초코'도 사라진다" 푸르밀 직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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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직장도, 최애 '가나초코'도 사라진다" 푸르밀 직원 글

입력
2022.10.18 13:00
수정
2022.10.18 13:49
0 0

해고 통보받은 푸르밀 직원, '블라인드'에 글
"가나초코우유 좋아해 부푼 꿈 갖고 입사
현실은 달랐다... 참 많이 아쉽고 슬퍼"

푸르밀 가나초코우유.

푸르밀 가나초코우유.

범롯데가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다음 달 사업 종료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한 가운데 푸르밀에서 직장생활을 한 직원의 복잡한 심경을 담은 글이 온라인상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가나초코최애'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푸르밀 직원이 '지금까지 푸르밀 제품을 사랑해주셨던 분들 감사합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블라인드는 회사 메일로 직원임을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다.

글쓴이는 "푸르밀은 나의 첫 직장이고, 이곳은 곧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는 "어릴 때 꾸준히 마셨던 검은콩우유, 엄마가 마트 다녀오실 때마다 사오셨던 비피더스, 기분이 울적한 날마다 자신을 위로해줬던 가나초코우유… 이런 건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런 건 누가 만드는 걸까 늘 궁금했었다"며 "더 이상 소비자가 아닌 관리자로 나의 추억과 애정이 담긴 제품을 다룬다는 게 설렜기에 부푼 기대감을 안고 입사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달랐다. 내가 상상하던 회사 모습이 아니었다. 잘나가던 제품도 몇 년째 매출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윗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졌고 직원들의 사기와 의욕도 점차 낮아졌다"며 "이리저리 치이며 버티고 버티다 결국 문을 닫는다. 내가 당찬 포부를 갖고 들어온 이곳이 문을 닫는다. 참 많이 아쉽고, 슬프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이 회사가 잘난 게 뭐 있다고 아쉬워하냐, 다른 회사 가면 되는 것을 뭐 이렇게 슬퍼하냐 싶지만 나의 첫 직장이라는 것, 내가 좋아하는 제품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다는 것이 다른 가치보다도 내게 큰 의미였나 보다"라고 고백했다.

자사 제품을 사랑해준 고객에게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 회사가 사라진다는 소문이 언제 퍼졌는지 아쉬워하는 사람들, 대량구매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어 관리자로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때로는 날카로운 지적을 들으며 때로는 달콤한 칭찬을 들으며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었던 건 그대들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아쉽고 속상한 건 우리 직원들이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추억이었다'고 말해주는 소비자님들, 지금까지 푸르밀 제품을 사랑해줘서 참 고맙다"며 "제품들은 곧 세상에서 사라지지만, 우리 제품에 담긴 개개인의 추억은 오래 기억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글쓴이는 "저도 우리 제품을 구매했던 수많은 소비자들의 손길, 가슴 한 켠에 오래 남기겠다. 그동안 감사했다"면서도 "그나저나 나 이제 뭐하지"라고 막막한 미래를 걱정하며 글을 맺었다.

"생산물량은 판매 예정... 마지막 함께 추억해달라"

푸르밀이 사업을 종료하고 전 직원을 상대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푸르밀이 사업을 종료하고 전 직원을 상대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다른 직장인 회원들이 공감한다는 뜻에서 18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하트(♡) 횟수는 1,460회에 달했고, 댓글도 380개가 달렸다. 회원들은 "내가 검은콩우유 얼마나 좋아하는데", "이 글 보고 왜 이렇게 울컥하지. 글쓴이 앞으로 꽃길만 걷자", "회사에 대한 애정이 많으셨군요", "응원할게. 다음 직장도 아끼며 잘 지내길" 등의 댓글로 글쓴이를 위로하거나 응원했다.

그러자 글쓴이는 "이렇게 많은 위로를 받을 줄 몰랐는데, 공감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하다"며 "보내주신 마음 온전히 받고 있어 따뜻한 밤이 되었다"고 답글을 남겼다. 그는 "우리 제품을 이제는 못 즐기게 돼 아쉽다는 분들께는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며 "생산 중인 물량까지는 판매 예정이니 마지막을 함께 추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했다.

푸르밀은 다음 달 30일 사업을 접기로 하고 일반직과 기능직 등 전 사원 약 400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사측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회사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내부 자구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로금이나 향후 공장과 장비 처분 계획 등은 밝히지 않았다.

푸르밀은 1978년 4월 설립된 롯데우유를 모태로 한다. 2007년 분사했고,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인수해 2009년 푸르밀로 사명을 바꿨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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