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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과 채움… 가을 정원으로 예술 감성 산책

입력
2022.10.18 17: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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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운림산방, 밀양 월연대, 정선 로미지안가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첨찰산과 연못의 조화가 아름다운 진도 운림산방의 가을 풍경. 진도군청 제공

첨찰산과 연못의 조화가 아름다운 진도 운림산방의 가을 풍경. 진도군청 제공

정원은 시간이 만든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제자리를 잡기까지 비우고 채우는 자연의 섭리가 작동한다. 여기에 가꾸는 사람의 정성과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보태지면 훌륭한 사색의 공간이 탄생한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가을에 더욱 좋은 정원 4곳을 소개한다.

진도 운림산방은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1809~1892)이 말년에 낙향해 지은 화실이다. 첩첩산중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루는 모습을 묘사한 작명이다. 전시관 앞에 조성한 연못과 뒤편 첨찰산 풍광이 어우러져 미술관 자체가 한 폭의 한국화다.

진도에서 태어난 허련은 초의선사와 추사 김정희를 스승으로 모시고,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화가로 성장해 임금 앞에 나아가 그림을 그리는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 운림산방에는 이러한 그의 삶과 작품이 녹아 있다. 허련부터 5대에 이르는 허씨 집안의 작품을 전시해 놓았고, 홀로그램과 미디어아트로 한국화에 좀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게 했다. 인근에 진도타워가 있다. 이곳에서 해남 우수영국민관광지까지 해상 케이블카가 놓였다. 명량해전의 격전지 울돌목을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시설이다.

밀양 월연대 담장 너머로 밀양강이 흐른다.

밀양 월연대 담장 너머로 밀양강이 흐른다.

밀양 월연정은 조선 중종 때 한림학사를 지낸 월연 이태가 관직을 버리고 낙향해 지었다. 쌍경당과 제헌, 월연정을 아울러 ‘월연대 일원(명승)’이라 부른다. 쌍경(雙鏡)은 ‘강물과 달이 함께 밝은 것이 마치 거울과 같다’는 뜻이다.

쌍경당 옆 얕은 계곡에 놓인 쌍청교를 건너면 월연정이다. 앞면 5칸, 옆면 2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한가운데에 방이 하나 있고 사방이 마루다. 마루에 앉으면 가을빛을 안고 흘러가는 밀양강이 내다보인다. 보름 무렵 달빛이 강물에 길게 비치는 모습을 기둥에 빗대 월주경(月柱景)이라 하는데, 옛사람들은 이곳에서 월주를 내려다보며 시회를 열었다고 한다.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3대 누각으로 꼽히는 영남루도 밀양에서 함께 봐야 할 유적이다.

정선 로미지안가든의 부부 동상. 정원 명칭은 설립자 부부의 애칭과 호를 따서 지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정선 로미지안가든의 부부 동상. 정원 명칭은 설립자 부부의 애칭과 호를 따서 지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정선의 '로미지안가든'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설립자 아내의 애칭 ‘로미’와 남편의 호 ‘지안’을 따서 지은 명칭으로, 10년 세월 아내를 위해 남편이 직접 가꾼 정원이다. 매일 새벽 이슬 맺힌 산길로 장화를 신고 나와 정원을 가꾸던 지안은 ‘이곳을 세상 사람들을 위해 따뜻한 위로와 깨달음을 주는 공간으로 만들면 어떨까’ 깊이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원의 랜드마크는 ‘가시버시성’, 부부의 순우리말 가시버시처럼 사랑과 믿음에 대한 글귀가 눈길을 잡는다. ‘프라나탑’ ‘홀로바위' '천년의침묵' 등 여러 설치작품은 정원을 꾸미는 동안의 깨달음을 풀어낸 공간이다. 유럽의 산장을 떠올리게 하는 카페와 숙박시설까지 갖춰 느긋하게 쉬기 좋은 곳이다. 근처에 기차역 카페로 운영하는 나전역이 있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간이역 풍경이 정겹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옥상의 '시간의 정원'과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 전시 작품. MMCA과천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옥상의 '시간의 정원'과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 전시 작품. MMCA과천 제공

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의 옥상에 ‘시간의 정원(Garden in Time)’이란 이름의 지름 39m 원형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자연의 순환' '순간의 연속성' 등을 시각화한 작품으로 야외미술 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작품에 투영되는 빛과 그림자가 변화한다. 자연의 감각과 예술이 공명하는 시공간을 표현했다. 1층부터 3층까지 나선형 통로를 따라 이동하며 미술관의 미적 경험을 주변으로 확장한다. 원형의 옥상정원뿐만 아니라 인근 청계산과 서울대공원 호수까지 포괄하는 작품이다. '시간의 정원' 안에는 황지해 작가의 ‘원형정원 프로젝트 :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가 전시돼 있다. 주변 산과 들의 생태를 담았다. 옥상정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개방한다. 월요일은 휴관한다.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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