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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인생 첫 쉼표 찍은 '피터팬' 김병철... "구단 매각 아쉽지만, 남은 선수들 선전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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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인생 첫 쉼표 찍은 '피터팬' 김병철... "구단 매각 아쉽지만, 남은 선수들 선전기원"

입력
2022.10.18 06:00
수정
2022.10.18 08:4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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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스 V2 주역이자 유일 영구결번
구단 매각 소식 갑작스럽게 전해 들어
"아쉬움 크지만 잔류 선수들 선전해주길"

김병철 전 고양 오리온스 수석코치가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구단매각 당시 심정과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선수와 코치로서 26년 간 오리온스를 이끌었다. 김영원 인턴기자

김병철 전 고양 오리온스 수석코치가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구단매각 당시 심정과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선수와 코치로서 26년 간 오리온스를 이끌었다. 김영원 인턴기자

2022~23시즌 프로농구가 15일 개막했지만 매년 코트 위에 서 있던 인물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그 주인공은 2001~02시즌 대구 오리온스 우승과 2015~16시즌 고양 오리온스 우승의 주역 김병철 전 수석코치다. 그는 “구단 매각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정말 힘들었다”면서도 “(새 구단에) 남은 선수들이 팀과 팬들에게 보답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한 팀에서만 뛴 ‘원클럽맨’이자 오리온스의 유일한 영구결번(10번) 선수인 ‘피터팬’ 김 전 코치를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농구를 잊고 살려고 했어요. 농구 관련 매체도 아예 안 봤고, 앞으로 제가 가야 할 길에 대해 천천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 전 코치는 덤덤하게 근황을 전했다. 갑작스럽게 결정된 구단 매각에 대한 아쉬움과 농구 인생 중 처음으로 갖게 된 휴식의 여유로움이 교차된 듯한 말투였다. 그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충남 서산·금산 등으로 낚시를 다닌다”며 “심리학 관련 책도 많이 읽고 있다”고 전했다.

올 초 오리온스 팬들은 구단 매각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누구도 전후 사정을 설명해주지 않아 팬과 구단 사이에 오해도 쌓였다. 우선 정확한 내막이 궁금했다.

“구단 매각과 관련해 많은 소문이 있었어요. 그런데 구단이 절대 그럴 일 없다고 해서 저도 믿었습니다. 선수들도 동요하지 않게 많이 눌러놨죠. 그런데 4월 29일에 (고양 오리온스) 단장님이 점심 식사를 함께 하자고 전화를 하시더라고요.”

김 전 코치는 이 자리에서 데이원스포츠(고양 캐롯 운영사)에 구단 매각이 결정됐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머리가 멍했다”고 했다.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오리온스를 인수한 캐롯은 ‘신생팀 창단’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오리온스의 역사를 이어가기보단 새 구단으로서 행보를 밟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쉽게 말해 캐롯이 향후 우승을 해도 V3(3회 우승)가 아닌 V1이되고, 고양체육관에 걸려있던 김 전 코치의 영구결번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뜻이다. 김 전 코치는 “괜찮다”면서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김 전 코치의 새 구단 합류 불발 소식은 팬들에게 '2차 충격'이었다. 이에 대해 김 전 코치는 “오리온스에서는 (내 자리를) 챙겨주려고 했던 건 맞는 것 같은데, 정확한 내막은 나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26년간 오리온스의 상징이었던 김 전 코치도 자신의 거취가 결정된 경위를 명확히 모르고 있다는 의미다.

사실 김 전 코치와 구단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소문은 몇 년 전부터 돌았다. 2019~20시즌 감독대행을 맡았던 김 전 코치가 차기 시즌 정식 지휘봉을 잡는 대신 다시 수석코치를 맡으면서부터다. 시즌 종료 직후까지만 해도 김 전 코치의 승격이 기정사실화 된 분위기였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오랜 기간 야인 생활을 하던 강을준 전 창원 LG감독이 오리온스의 새 감독으로 부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구단 수뇌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김 전 코치는 “이 또한 정확한 내막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때문에 2019~20시즌이 조기종료 됐는데, 당시 구단은 ‘시즌이 끝난 지 얼마 안 돼 아직 준비가 안 됐으니 (감독 승격 문제는)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얘기했다”며 “그런데 2020년 4월 28일 회사로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고 가보니 이미 강을준 감독님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병철 전 고양 오리온스 수석코치가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구단매각 당시 심정과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선수와 코치로서 26년 간 오리온스를 이끌었다. 김영원 인턴기자

김병철 전 고양 오리온스 수석코치가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구단매각 당시 심정과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선수와 코치로서 26년 간 오리온스를 이끌었다. 김영원 인턴기자

석연치 않은 일들이 연속으로 이어졌지만 그는 억울함보다는 기존 선수들과 새 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김 전 코치는 “새 감독이 본인의 스태프를 데리고 오는 건 관례상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유계약선수로 풀렸던) 한호빈 등 제가 팀에 잔류를 권했던 선수들이 새 구단에서 부상 없이 제 기량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만약 그에게 향후 캐롯 감독직 제의가 들어온다면 이를 받아들일지도 궁금했다. “현재 김승기 감독과 다른 코칭스태프가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하는 건) 실례라고 생각해요. 다만 먼 훗날이라도 고양 팬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긴 해요.”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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