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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을 부르는 코뿔소 뿔

입력
2022.10.16 12:00
수정
2022.10.16 22:5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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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김영준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검은코뿔소. 풀을 뜯는 흰코뿔소는 입이 넓적한 반면, 나뭇잎을 주로 먹는 검은코뿔소 입술은 뾰족하다는 차이가 있다. ⓒPixabay, Marcel Langthim

코뿔소는 말과 함께 묶이는 대형 포유류입니다. 발굽동물은 크게 쌍발굽동물과 외발굽동물로 나누는데, 말은 발굽이 하나고 코뿔소는 발굽이 3개여서 발굽이 2개인 소보다는 말에 가깝습니다. 불교 경전에 나오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무소는 코뿔소를 지칭하죠. 물논이나 불삽의 'ㄹ'이 떨어져 무논과 부삽이 되는 것처럼, 무소도 '물소'에서 'ㄹ'이 떨어진 것처럼 보기도 합니다만 물소는 뿔이 두 개죠. 1527년에 지은 훈몽자회에는 코뿔소를 뜻하는 한자 서(犀)를 '므쇼 셔'로 적은 걸 보아 무소라는 말은 꽤 오랫동안 사용한 단어일 듯합니다.

흰코뿔소. 풀을 뜯는 흰코뿔소는 입이 넓적한 반면, 나뭇잎을 주로 먹는 검은코뿔소 입술은 뾰족하다는 차이가 있다. ⓒPixabay, Alicia Campbell

지구상에 살아남은 코뿔소는 현재 5종입니다. 아프리카의 흰코뿔소, 검은코뿔소, 아시아의 인도코뿔소, 수마트라코뿔소와 지구상에 이제 70여 마리만 남아 멸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자바코뿔소입니다. 이 중 인도코뿔소와 자바코뿔소는 뿔이 하나고, 나머지는 뿔이 두 개입니다. 불경에 나오는 무소의 뿔이 하나인 이유입니다. 웃기는 이야기이지만 사실 흰코뿔소와 검은코뿔소는 몸 색으로 구분하지 못합니다. 둘 다 회색에 가깝죠. 넓적하다는 뜻의 아프리카어를 잘못 번역한 덕에 '하얗다'라는 뜻이 되었다고는 하나 그냥 '썰'에 불과합니다. 흰코뿔소와 구분하기 위해 검은코뿔소라는 이름을 붙였다지만 믿을 만한 것은 없습니다. 아프리카 코뿔소 두 종의 구분은 입술 모양입니다. 주로 들판의 풀을 뜯는 흰코뿔소 입술은 너부데데하지만, 가지와 이파리, 과일을 주로 먹는 검은코뿔소 입술은 저처럼 뾰족합니다. 그래야 잘 붙들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흰코뿔소 뿔 절단면에 자외선을 조사하여 촬영. Hieronymus 등 2006. 형태학 저널 267(10)1172–1176.

코뿔소 뿔은 사슴 뿔이나 소 뿔과는 사뭇 다릅니다. 사슴류 뿔은 두개골이 확장됐다기보다는 두개골 위에 얹힌 형태에 가깝죠. 그러니 매년 뿔이 떨어지는 겁니다. 반면 소나 산양 뿔은 두개골이 확장된 것이니 뿔이 떨어지지 않죠. 코뿔소 뿔은 이 모두와는 다르게, 안에 딱딱한 뼈가 없습니다. 주된 구조물은 털이고 콧기름과 피부 각질층이 한데 엉켜 만들어진 것으로 안이 꽉 차 있죠. 칼슘과 같은 미네랄과 멜라닌이 중심부에 뭉쳐 있어 단단하게 버틸 수 있답니다. 이 털로 된 구조물을 한약재, 정력제, 마약과 칼집 등 장신구로 사용하기 위해 매년 천 마리가 넘는 코뿔소를 밀렵하고 있었죠.

뿔이 잘린 흰코뿔소 ⓒPixabay, Tracy Angus-Hammond

코뿔소를 보전하려는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었지요. 최근 코뿔소 뿔에 방사성 물질을 넣어 밀거래하는 뿔을 공항의 방사능 검출기로 적발하고 밀수 경로도 파악하자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말 꼬리털인 말총을 이용해 모조품을 만들자는 시도도 있습니다. 가짜를 많이 만들어 밀렵 시장을 교란해 밀렵 의지를 줄이자는 의도입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주된 밀렵 이유인 뿔을 미리 자르자는 겁니다. 심지어 2017년 밀렵꾼들이 프랑스 투아리 동물원에 있던 흰코뿔소를 죽이고 전기톱으로 뿔을 잘라 간 사건마저 있어 다른 동물원들까지 뿔을 자르는 촌극도 있었죠. 하지만 투쟁과 방어용으로 사용하는 뿔을 제거하면 수컷들끼리의 경쟁 등 정상 행동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뿔 제거 집단과 정상 집단 간 번식, 출산, 새끼들의 생존율, 수명과 폐사율을 조사한 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답니다. 따라서 뿔 절단 프로젝트는 긍정적 자료가 하나 더 쌓인 셈이죠. 호모 사피엔스라는 인류가 지나간 자리에는 멸종과 절명이 가득합니다. 어느 게시물에서 보았던 '모든 비인간적 행위는 항상 인간만이 저지른다'는 한 댓글이 와닿습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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